오피니언 사설

놀라운 1분기 성장률 … 출구전략 고민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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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좋을 줄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은행이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을 7.8%로 발표했다.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지난해 1분기의 -4.3% 역성장에 따른 기저(基底)효과가 작용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단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7년3개월 만의 최고치이자 향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봐도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28.8%가 증가했으며 수출과 민간소비도 고루 성장했다. 한은은 “종합적으로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해 장기적인 성장 경로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이제 우리 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는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정부가 5%로 잡은 올해 전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보수적으로 보일 정도다. 설비투자와 소비를 중심으로 민간 부문의 자생력이 눈에 띄게 회복한 것도 좋은 모습이다. 물론 경제를 위협할 요인들이 곳곳에 잠복해 있다.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 성장률을 둔화시킬 수 있다. 늘어나는 가계 부채와 취약한 고용지표도 부담스럽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그리스 재정위기와 같은 돌발 악재들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른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우 위안화 갈등이 진행 중이고,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긴축 노선으로 돌아서는 조짐이 뚜렷하다.

하지만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올라서면 경제정책도 정상화시키는 게 순리(順理)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실시한 비상조치들은 회수할 때가 됐다. 비상조치들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지속되면 자원 배분을 왜곡시키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에도 방해가 된다. 마침 G20(주요 20개국) 국가들도 각국 사정에 맞게 출구전략을 쓰기로 결의했다. 아시아권에서도 가장 성장세가 빠른 축인 한국이 굳이 미국이나 유럽과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본다. 높은 성장률과 안정된 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고민할 적기(適期)다. 정부와 통화당국이 예술적 타이밍을 저울질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