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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패스트 포럼] “인재 확보, 대기업과 상생 위한 지원대책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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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노패스트 포럼 창립행사가 26일 서울 태평로클럽에서 열렸다. 행사에 초청된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중앙일보와 딜로이트가 선정한 이노패스트 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약 2시간 동안 중견기업 육성전략에 대해 토론했다. [김경빈 기자]

‘이노패스트’는 혁신(Innovation)을 바탕으로 고성장(Fast-growing)하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부족하지만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견·중소기업들이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5개의 이노패스트 기업을 엄선해 창업과 성공 스토리를 지면에 소개했다. 이런 ‘이노패스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포럼을 만들었다. 정기적으로 모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업을 키워 온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각자 겪고 있는 애로를 해소할 아이디어를 나누기 위해서다. 27일 저녁에 열린 첫 모임엔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초청됐다. 그는 한 달 전 ‘세계적인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내놨다.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전문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 이노패스트 CEO들은 자신과 직결된 문제에 대해 많은 질문과 건의를 쏟아 냈고, 최 장관의 답변과 충고가 이어졌다.

▶최경환 장관=얼마 전 세계적인 중견기업 육성책을 내놨다. 이런 시도가 10여 년 전부터 있었다고 들었다. 이번에 법을 개정하기로 한 게 ‘4전5기’라고 한다. 그동안 네 차례나 실패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지원 규모는 그대로 두고 대상에 중견기업을 끼워 넣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몫이 줄어드는 중소기업계의 반대 때문에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에는 방식을 바꿔서 파이를 좀 키우기로 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니까 중소기업계에서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광원 정우금속공업 회장=1979년 창업해 32년째 된다. 과거에는 30년 이상 한 업종으로 가면 변화를 주지 못하는 바보처럼 취급되는데, 이노패스트로 선정되니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건의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엔 뭔가 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한다. 3월에 발표된 중견기업 육성 전략에 따른 선정과 실행 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김상묵 미래나노텍 부사장=세계적인 전문 중견기업이 되려고 하면 수출에 역점을 둬야 한다. 수출 중심의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인력·연구개발(R&D)·자금 등에 대한 다양한 지원 방안이 있을 거라고 본다.

▶최 장관=한마디로 싹수가 보이는 기업을 확실히 골라서 화끈하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을 마련한 뒤 11월까지 선정 작업을 거쳐 내년 예산에 반영해 국회에 올리겠다. 이노패스트 기업들도 잘 준비해 대상에 선정되길 바란다. 내수와 수출을 따로 나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부품 소재 분야 수출기업들이 선정될 확률이 높고 거기에 해당되면 화끈한 지원을 할 생각이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생기는 추가 부담과 규제 때문에 일정을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내년에나 화끈하게 완화해준다면, 그때까지는 그냥 중소기업 하는 게 낫다는 얘기인가.

▶최 장관=가급적 작업을 서둘러 지금 중소기업 범주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많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이원목 학산 사장=신발 소재 산업에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하면 원전 수출에 버금가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최 장관=우리가 신발·보석가공·의류· 섬유 산업을 너무 빨리 포기해버렸다고 생각한다. 이런 쪽을 노동집약적이라고 하는데 ‘3D 업종’ 같은 느낌이 들어 ‘숙련집약형 산업’으로 분류해 육성책을 만들려고 한다.

▶손을재 아이엠 대표=수출 시장의 수요나 경쟁업종의 상황 같은 마케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제공해달라.

▶유영호 화우테크놀로지 사장=정부 혹은 공공기관 주도로 무역사절단 등을 통해 공동 전시회 같은 공동 마케팅을 하는 것도 유용할 것 같다.

▶최 장관=해외 정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 지금도 코트라(KOTRA)가 해외시장 정보를 제공하지만 중견기업 정도면 다 알고 있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한 단계 질을 높인 정보를 제공하겠다. 그리고 글로벌 마케팅 지원센터도 운영할 생각이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은 중견기업을 정부 차원에서 인증해주는 ‘코트라 보증 브랜드 인증 제도’도 확대하겠다.

▶박용석 DMS 사장=지경부만의 소관은 아니지만 노동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이거 안 하면 다 죽는다. 그래서 기업들이 나가는 거 아닌가. 중견기업도 대기업만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50대50으로 돈을 대는 ‘매칭 장학금’을 도입하면 어떨까.

▶최 장관=우리 교육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 났다. 대학에 칸막이를 쳐서는 미래가 없다. 매칭 장학금은 일부 대기업들도 하는 것 같은데, 중소기업에 도입하면 세제지원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남광희 KH바텍 대표=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납품가를 후려치지 못하도록 할 수 없나.

▶최 장관=요즘 대기업들을 만나면 도요타를 참고하라고 한다. 납품업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대기업 완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앞으로 지경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서 대기업을 평가할 때는 상생협력을 가장 중요한 심사 항목으로 보겠다.

▶윤종식 에이스 테크놀로지 전무=무형자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그 가치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최 장관=해묵은 과제다. 금융사들에 재촉도 해 봤지만, 막상 창구에 가보면 담보를 먼저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기술을 평가하는 기법과 모델도 개선하고 전문인력도 양성 중이다. 앞으로 기술평가사 전문 자격제도를 도입할 생각이다. 이렇게 인프라가 갖춰지고 사회적 신뢰가 쌓여야 무형자산을 담보로 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다.

정리=최현철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연구용 장비 ‘대여소’ 세운다
관리 전문회사 만들어 돌려 쓰게 … 중복투자 막고 활용도 높여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이날 설명한 중견기업 육성책 가운데 특히 ‘연구장비 관리 전문회사 설립’에 대한 참석자들의 관심이 컸다. 최 장관은 “연구개발(R&D)비에서 지원한 장비는 국가 소유임에도 지금까지는 장비를 지원받은 기관이 자기 것인 양 사용하고 개방하지 않았다”며 “R&D 비용은 개별 기업에 지원하되 장비는 다른 회사에 빌려주는 형태로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가 장비=개인 기업 소유’가 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가에서 장비 전담 관리회사를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10년간 정부 출연연구소, 대학, 테크노파크 등 315개 기관이 R&D용 장비를 지원받았다.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경우 그 수는 수천 건에 달한다. 그러나 지원받은 장비를 특정 기관 또는 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면서 중복 투자가 생기고, 장비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그래서 설립되는 게 이런 장비를 총괄적으로 관리·운영하는 전담회사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는 최근 연구 용역 공고를 냈다. 어떤 형태의 전문회사가 효율성이 높은지를 가리기 위해서다. 지경부 산업기술기반팀 이진수 서기관은 “민간 회사를 설립할 것인지, 정부가 출연할 것인지 혹은 민관 합작으로 기관을 꾸릴지 등 기본 방향을 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정부가 지원한 장비를 쓰고 있는 기관의 책임자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과 TF 회의 결과를 토대로 6월까지 전문회사의 형태가 최종 결정된다. 아울러 315개 기관에 나가 있는 R&D 장비에 대한 전수 조사를 이번 주 내 마칠 계획이다. 관련 절차가 모두 끝나면 이르면 내년 초 전문회사가 출범된다.

최 장관은 이 외에도 ▶중소기업 요건을 벗어나더라도 5년간 세제 부담을 완화해주는 세제지원책 ▶R&D 탈락률이 2%도 안 되는 현행 지원 시스템 혁신 ▶해외 시장과 관련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해외 정보 내비게이션 프로그램 ▶지적재산권 등 무형 가치를 담보로 한 금융지원책 등 다양한 중견기업 활성화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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