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최경환 장관, 이노패스트 기업인과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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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수가 보이는 기업은 화끈하게 지원하겠다.”

“화끈하게 밀어 드리겠다.”

“화끈하게 돕겠다.”

최경환(사진) 지식경제부 장관이 유망 중견기업에 대한 ‘화끈한 지원’을 한 자리에서 세 번이나 약속했다. 27일 저녁 중앙일보와 딜로이트가 고속성장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마련한 ‘이노패스트 포럼’ 창립 행사에서다. ‘이노패스트’란 본지가 지난해 11월, 15회에 걸쳐 소개한 ‘혁신(innovative)-고속성장(fast-growing)’ 중견기업을 말한다.

최 장관의 발언은 각종 보호와 지원 혜택이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해 기업을 ‘중소 규모’로 유지하려는 기업인들을 의식한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달 말 ‘세계적 전문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발표했다. 그에 맞춰 연구개발(R&D), 인재 육성, 해외 진출 등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그는 “축구에서 미드필더가 약하면 강팀이 될 수 없듯 중견기업이 취약해선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없다”며 중견기업 지원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의례적인 정책 아니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엔 “이번엔 다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장관은 또 흔히 ‘사양’이라고 하는 신발·섬유산업을 ‘숙련집약형’ 산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책을 곧 내놓겠다고 밝혔다. “신발·섬유소재 산업을 키우면 원전 수출만큼이나 잠재력이 큰 수요를 만들 수 있다”는 이원목 학산 사장의 건의에 대한 화답이었다.

최 장관은 “우리가 신발·섬유산업을 너무 빨리 포기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노동집약이 아닌 숙련집약적인 특성을 살려 성장산업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는 ‘숙련집약적 산업 지원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신발·섬유·안경·귀금속·도자기 등이 대상이다.

R&D 지원 시스템을 확 뜯어고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나노 형광체를 개발 중인 코콤의 고성욱 대표가 “개발을 위한 장비 값이 비싸다”고 호소하자 최 장관은 국가 R&D 장비의 공유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 해 R&D 예산 4조4000억원 가운데 4000억원이 장비 구입비”라며 “해마다 나간 자금만 모아도 수조원에 이르지만 그 장비를 다시 활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이런 장비를 국가가 구입한 뒤 필요한 연구자에게 빌려 주는 국영 ‘연구장비 전문관리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리회사가) 웬만하면 그 장비는 하나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이자 좌중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노동시장을 확 열어야 한다”(DMS 박용석 사장)는 주문이 나오자 최 장관은 “쇠고기 시장 개방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라고 받아넘겼다. 하지만 문제의식만큼은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는 “결국은 인재 확보와 상생 협력이 병목현상을 일으킨다”며 “교육 시스템이 고장 나도 단단히 고장 났다”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정치인답지 않게 실무를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행사에서도 자료나 실무자의 도움 없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중견기업 지원 정책에 대한 CEO들의 질문에 답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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