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뿌리뽑을 때까지" 미국 장기전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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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이슬라마바드=특별취재반]미국의 함대와 전투 병력이 아프가니스탄 주변에 집결하는 가운데 딕 체니 부통령은 "미국은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전쟁을 앞두고 있다" 고 16일 말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미 NBC 일요 시사 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 에 출연, 이같이 말하고 "국내외 대(對)테러전은 비열하고 추한 정보 전술에 의존해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이 이번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암살을 포함, 비정규전 전략을 동원할 뿐 아니라 60여개국에서 암약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계 테러 네트워크를 상대로 총체적 대테러 전쟁에 돌입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ABC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나와 "테러 보복전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느냐" 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가능한 한 많은 방도를 찾아봐야 한다" 고 대답,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전쟁은 하룻밤 사이에 끝낼 성질의 것이 아니다" 며 "빈 라덴을 포함, 전세계의 테러 무리들을 뿌리뽑고 미국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갈 길이 멀고 총력을 다해야 하는 힘겨운 임무" 라고 말했다.

한편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날 연쇄 테러 참사를 계기로 미국 정보기관이 암살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한 대통령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미 정부가 빈 라덴을 암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장관은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의 업무 수행과 관련한 법률을 개정, 테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는 17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에게 특사를 파견, 3일 내에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군사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는 미국의 최후 통첩을 통보했다.

탈레반측은 파키스탄 특사와의 첫 회담 후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화는 긍정적" 이라면서 "그러나 이 자리에서 빈 라덴 추방 문제를 분명하게 논의하지는 않았다" 고 논평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한편 탈레반측은 17일 아프간 영공을 전면 폐쇄했다.

아프간 공격을 준비 중인 미국은 파키스탄에 이어 방글라데시 정부에 대해서도 영공 통과를 허용하고, 항구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며 미 본토의 공수 4개 사단에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또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의 주일 미군 기지에서 17일 미사일 순양함 빈센스와 구축함 커티스윌버가 15일 떠난 이지스함 카우펜스에 이어 아프간 방향으로 출항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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