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규 걸프전 의료지원단장 "전쟁은 최후 수단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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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쟁은 어떻게든 피해야 합니다.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합니다. "

1991년 걸프전 당시 국군의료지원단장으로 중동에 파견됐던 최명규(崔明圭.53.국군 부산병원장)대령은 그때의 아픈 기억이 새삼스럽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군사 보복이 임박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하루에도 서너번씩 공습경보가 울리고, 스커드 미사일이 머리 위로 날아다녔어요. 아찔했던 순간의 연속이었지요. "

응급의학 전문의인 그는 1백53명의 의료지원단을 이끌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접경지인 알 레이디아에서 석달간 의료활동을 했다. 36개 다국적군의 의료지원단 주둔지 중 최전방이었다. 그곳에서 겪은 전쟁은 모순과 반(反)인륜의 극치였다.

"우리가 치료한 1천6백여명의 군인과 민간인 중에는 89명의 이라크군 포로도 있었지요. 다리 한쪽이 잘려나간 이라크군 병사 바로 옆 병상에 한쪽 눈을 잃은 다국적군 병사가 누워 신음하고 있었어요. "

崔대령은 "그들 모두가 비극의 희생자였다" 며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다시 임무가 주어진다면 국위와 세계평화를 위해 기꺼이 달려가겠다고 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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