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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집권 탈레반 정권 내전·국제적 고립 겹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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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유력한 테러 용의자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온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1994년부터 활동을 시작, 2년 만인 96년 집권세력으로 등장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은 내전의 폐단과 권력의 부정부패를 비난하며 당시 랍바니 대통령을 맹렬히 공격했고, 오랜 내전에 지쳐 있던 대다수 아프간인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탈레반은 96년 수도인 카불을 점령한 뒤 파죽지세로 1년 만에 국토의 90%를 접수했다.

그러나 탈레반은 집권에는 성공했지만 반군으로 변신한 옛 집권세력의 저항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외면이라는 안팎의 수난을 겪고 있다.

북부 지방에 자리잡은 시아파 타지크족 등은 탈레반 세력에 맞서 97년 반군을 결성, 아직까지도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벌이고 있다. 99년 탈레반과 반군세력간에 종전협상으로 합의문까지 작성됐으나 바로 전투가 재개되면서 합의문은 휴지조각이 됐다.

지난 9일에는 반군의 군사 지도자인 아메드 샤 마수드가 탈레반 세력으로부터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생사가 불확실한 상태다.

현재는 임시 후임 지도자로 무하마드 파힘(44)장군이 임명돼 반군을 이끌고 있다.

한편 탈레반은 집권 과정의 정통성 결여와 가혹한 통치스타일로 인해 국세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다.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엄격히 해석해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을 금지시키고 강간.절도 등 범죄에 대해 손.발 절단 및 공개처형 등을 실시, 인권유린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올 초에는 국제사회의 거센 중지압력에도 불구하고 바미안 석불 등 인류의 위대한 불교문화 유산들을 잇따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현재 파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 세 나라만 탈레반 정부와 수교를 맺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들은 아직까지 랍바니 전 대통령을 국가수반으로 인정하고 있다.

98년 케냐.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테러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준 것도 탈레반에는 큰 타격이 됐다.

유엔이 즉각 경제제재를 가해 중계통로가 봉쇄되면서 중계무역을 가장 큰 수입원으로 삼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은 식량난에 허덕이게 됐다.

국제기구들은 현재 수도 카불 인구 1백50만명 중 절반 가량이 구호품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테러를 응징하기 위한 대대적인 보복공격에 나설 경우 탈레반 정권도 위협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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