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전임자 문제 회사 일임” 두산전자BG 노조 파격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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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기업인 ㈜두산전자BG의 노조(위원장 윤영훈)가 임금인상률은 물론 노조전임자의 수와 처우 결정까지 회사에 전격 위임키로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타임오프 책정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 같은 대기업 노조의 결정은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두산전자BG 노조는 “27일 회사경영진과 함께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노사화합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노조는 앞서 23일 노조간부 전진대회를 열어 이를 결정했다.

선언문에는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글로벌 생산성과 품질 확보 ▶임금 및 단체협상 위임 등 6개 항이 담기게 된다.

이 회사 노조가 임금 인상은 물론 전임자 처우를 포함한 단체협약까지 회사에 위임한 것은 1987년 8월 노조 결성 이후 처음이다. 한국노총 산하인 이 노조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임금동결·삭감 바람이 불던 지난해 7월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주간 잔업과 특근을 거부했던 강성노조다.

일반적으로 개별사업장 노조는 근로시간면제위원회(근면위)가 30일까지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면 그 기준 내에서 사측과 협의해 세부사항을 정해야 한다. 이때 타임오프를 쓸 수 있는 노조전임자 수를 얼마로 하느냐에 따라 노조의 향후 운영에도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협상이다. 하지만 이 회사 노조는 이런 협상을 하지 않고 회사에 전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윤 노조위원장은 “고민을 많이 했다. 핵심 사업인 LED 소재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지금 노사가 힘을 합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며 “그게 조합원에게도 훨씬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서진우 노무팀장도 “노조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근면위가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면 그에 따라 합리적인 선에서 전임자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성대 박영범(경제학) 교수는 “합리적인 노사관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노동계가 일선 노조의 개혁정신과 정서를 잘 헤아려 합리적인 타임오프 한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타임오프=7월 1일부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대신 노조간부가 회사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허용된 시간이다. 근로시간면제위원회에서 30일까지 정해지지 않으면 공익위원(5명)이 다음 달 중순까지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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