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학생들과 학부모를 유혹하지만 경험 없는 학부모 입장에서 선뜻 신청서를 내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겉보기에는 알차 보이지만 실상 현지에 가보면 선전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경우가 허다하고 원어민 강사를 두고 있는 국내 학원과 크게 다를 것 없는 교육프로그램에 실망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대도시 학교 학생의 절반 정도가 방학을 이용한 영어캠프를 다녀온다”는 소문을 듣고 있는 마당에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라 할지라도 정보가 없으면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영어캠프가 화제가 되고 있어 들여다봤다.
수익 보다는 신뢰 선택
호서대 ‘관리형 필리핀 영어캠프’는 2008년 여름방학부터 시작됐다. 요즘 들어 대학마다 이름을 걸고 방학을 이용한 현지 영어캠프를 열고 있는 곳이 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용이 다 같지는 않다.
지난 겨울 호서대 관리형 필리핀 영어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교육을 마치고 환한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호서대 제공]
호서대는 돈 보다는 신뢰를 선택했다. 처음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 사업을 구상할 단계부터 어학원 등의 개입을 차단했다.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체류 기간 동안 머물러야 할 숙소, 관광일정 등을 교수 등 대학 관계자가 나서 현장 사전 답사를 통해 구성했다. 캠프기간 동안에도 교직원 여럿이 현장에 함께 나가 모든 일정을 챙기고 함께 귀국한다.
캠프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캠프를 끝내고 돌아왔어도 현지 원어민 강사로부터 3개월 동안 관리를 받는다. 캠프 기간 동안 영어 공부 하느라 수학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현지에서 수학강사를 고용해 선행학습을 진행 한다. 말 그대로 ‘관리형’ 영어캠프다.
2~3번 이상 참가자 늘어
올 여름 5회 차 캠프를 여는 호서대는 참가인원을 50명으로 제한했다.
연수프로그램 중 하나인 영어연극 발표장면. [호서대 제공]
머나 먼 타국에 아이들을 보내 놓고 불안해 할 학부모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호서대 영어캠프가 ‘절대 신뢰’를 얻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호서대 영어 캠프는 매일 이뤄지는 교육과정을 인터넷 홈페이지(http://camp.hoseo.ac.kr)를 통해 학부모들이 지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루 10시간 정도 강도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모든 교육 과정을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생활 관리도 꼼꼼하게 체크된다. 주말을 이용한 관광이나 체험 일정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캠프에 세번 참가했다는 유소연(12·천안수곡초 5) 학생은 “캠프에 가는 것이 즐겁다. 영어연극 영어 골든벨 등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영어 실력도 많이 늘어 필리핀 국제학교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김세진(13·온양온천초 6) 학생은 “원어민 선생님이 재미있게 잘 가르쳐 주신다. 세번이나 캠프에 참가했는데 올 여름에 또 갈 계획이다. 캠프에 다녀오면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늘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저렴함 보다 적절한 비용 선택
주말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중 하나인 수영놀이 장면. [호서대 제공]
당초 캠프를 열 때부터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은 철저하게 원가 분석을 통해 산출했다. 4회까지는 특급호텔을 숙소로 정했지만 올해는 일반 호텔로 숙소를 정하면서 비용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숙소를 일반호텔로 정한 것은 아니다. 특급호텔이 아이들의 교육환경으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분석 결과에 따른 조정이었다. 숙소를 특급호텔이 아닌 일반 호텔로 낮췄으니 비용부담도 당연이 줄어야 한다는 것이 호서대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낮출 생각도 없다. 오랜 기간 현지답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싼 만큼 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서대는 가격 대비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적정선을 찾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장찬우 기자
유영기 호서대 평생교육원장 “대학 이름 걸었으면 이름값을 해야죠”
“대학 이름을 걸고 진행되는 영어캠프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대학이 책임져야 옳다”고 말하는 그를 만났다.
Q 필리핀 영어캠프는 언제부터
2008년부터 여름부터 시작했다. 당시 기러기 아빠가 한참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시점이었다. 대학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 책임의식 같은 것이 느껴졌다. 가족이 생이별하는 고통을 감수하고도 아이들 유학 시키는 학부모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닌데… 대학은 뭘 해야 하는가… 그래서 영어캠프를 생각했다.
Q 어학원을 끼고 하는 것이 편하지 않나
어학원이 하는 영어캠프가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대학 보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름만 어학원에 빌려주는 영어캠프는 반대다. 대학 이름을 걸었으면 대학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
Q 두세 번씩 참가하는 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우선 학생들은 재미있어 한다. 가능한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다음은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호응을 얻는 것 같다. 일단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번 맡겨보니 아이도 좋아하고 믿을 만하더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몇 번씩 참가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Q 영어 실력 향상을 장담하나
학생들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대학 캠프 참가 학생은 모두 영어에 자신감을 보인다. 헤어질 때면 원어민 강사와 부둥켜안고 울만큼 친숙해진다. 당초 4주 프로그램은 없었다. 3주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다녀온 학생들의 요구가 빗발쳐 1주 늘린 것이다. 영어는 꾸준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이 영어캠프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호서대 영어캠프가 완전히 자리 잡으면 현지에 연수원을 열까 한다.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에서다. 영어캠프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 고비용이 고위험이 되지 않고 고효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글= 장찬우 기자, 사진= 조영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