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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 대전] 국내 산업별 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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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계경제의 엔진인 미국이 테러의 직격탄을 맞자 국내 업계도 대미 전략을 전면 수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자본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 문제와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대우차를 인수하기로 돼 있는 제너럴모터스(GM)는 이번에 붕괴된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임대료 채권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번 사태로 자금흐름에 지장을 받을 경우 대우차 문제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은 참사 이튿날인 12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미국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 대미 수출을 더욱 힘들게 하고▶미국내 투자심리 위축으로 미국자본의 유치가 당분간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만일에 대비해 현금비중을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거나 원유 등 수입 원자재를 많이 쓰는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무역협회 등 공공기관들은 저마다 수출 촉진을 위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룹별.업종별로 이번 사태의 파장과 대책을 알아본다.

◇ 전자=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는 반도체 수출이 항공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수출차질을 우려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다만 반도체는 재고가 넉넉해 화물기가 하루 이틀 결항해도 수출에 큰 지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삼성 관계자는 "미국 공항 폐쇄가 이틀 안에 풀리면 정상 영업에 지장이 없다" 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11일 화물기 선적 물량은 캐나다 밴쿠버와 인천공항에 대기하고 있고, 12일 출하해 13일 선적할 물량은 인천공항에 대기 중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가전업종의 특성상 미국 금융불안으로 원화 가치가 절상되면 채산성이 나빠진다. 미국과 중동간 긴장이 고조될 것에 대비해 중동지역 출장을 자제하기로 했다.

회생 여부를 판가름할 채권단 대표자 회의를 앞둔 하이닉스반도체는 대미 수출의존도가 30%를 넘다 보니 채권단 지원방안과 자구노력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이다.

◇ 자동차=대미 수출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대미 수출 차량을 실은 선박은 미국 항구에서 하역을 하지 못하고 정박 중이다.

대우자동차가 미국내 판매를 위해 뉴욕항에 하치해 놓은 6천여대의 라노스.누비라.레간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9월 선적분 4천여대도 이달 말 선적할 예정이어서 선적 지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이 유가 상승.달러화 가치 하락.경기침체 가속화 등을 부추길 경우 미국내 차 판매가 어떻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소형차 수요가 늘어나 국산차는 유리하지만 경기침체가 오래 가거나 달러화 가치의 하락폭이 커지면 불리하다" 고 말했다.

◇ 철강=미국으로 선적한 수출 물량의 운송에 차질이 생길까봐 해운회사의 운송상황을 열심히 파악하고 있다.

포철 관계자는 "지난달 말 미국 현지 합작법인인 UPI사로 선적한 냉연제품 2만4천t이 17일 로스앤젤레스항에 도착할 예정" 이라면서 "미국 서부 항만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운송에 큰 차질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고 말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업계와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 고 말했다.

◇ 컴퓨터=PC시장이 위축할 것으로 우려한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새로운 칩셋을 탑재해 가격이 많이 떨어진 펜티엄4 PC의 출시로 PC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번 테러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 같다" 고 말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대미 수출비중이 80% 이상인데, 10월 20만대 추가수출 협상이 유동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 정유.유화=SK.LG정유 등은 당분간 원유와 나프타의 가격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응방안을 마련 중이다.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는 중동지역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예상된다. 유화업계도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이 1t에 30달러 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섬유=전체 수출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여서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수출의 주종인 의류제품의 경우 그동안 미국시장의 침체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코오롱상사㈜와 ㈜코오롱이 섬유류와 필름류 등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코오롱은 분석했다.

◇ 건설=우리 건설업체들은 주로 캘리포니아 지역에 진출해 있고, 테러 지역인 뉴욕과 워싱턴에서 국내기업이 시공 중인 사업장은 없다.

해외건설업체들은 직접 피해가 없지만 사태가 중동지역으로 확산할까를 걱정한다. 중동지역은 수주액의 50%를 넘을 정도로 우리 해외건설의 주력 시장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리비아.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만 수십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공사 수주가 기다리고 있다" 며 "사태가 확대되면 수주도 물 건너가고 기존 공사도 못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1992년 발생한 걸프전으로 이라크 공사비 10억달러를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를 맞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조선.해운=당장은 큰 피해가 없으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피해를 우려한다. 미국 동부 뉴욕.뉴저지항 폐쇄, 서부 롱비치항 선박 입.출항 통제 강화 등으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일부 선박회사의 컨테이너 선박이 하역작업을 못하고 있으나 큰 피해는 없다.

조선업계는 달러가치 하락.유가 급등으로 인한 장기 불황을 우려한다. 세계경기 침체로 해운 물동량이 감소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 시장=소매 금값이 12일 한 돈에 5만6천원에서 6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루에 4천원이 오른 것은 79년 10.26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이다. 한국귀금속중앙회 관계자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한 돈에 6만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며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 이라고 말했다.

백화점.할인점.전문점.TV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은 추석대목 매출이 5~10% 줄 것으로 본다.

산업부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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