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대전] 영화·소설 합한것 보다 더 한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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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영화.소설을 종합한 복합테러' .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을 상대로 벌어진 이번 테러사건은 전쟁 스릴러물의 대가인 톰 클랜시의 소설들과 영화 '파이널 디시전' '비상계엄' 등을 한데 뭉쳐놓은 모습으로 나타나 놀라움을 주고 있다.

톰 클랜시의 소설『공포의 총합』에는 미국 중부의 도시 덴버가 아랍 테러리스트의 소형 핵폭탄에 의해 엄청난 인명이 살상된 가운데 분노에 찬 미국이 보복 공격에 나서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역시 클랜시의 소설인『적과 동지』는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을 상정하고 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패배가 확실해지자 '우국적 정열' 에 불타는 민간항공기 보잉747기 조종사가 기수를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으로 돌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영화 '파이널 디시전' 에서는 화학무기로 무장한 아랍계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국적의 항공기를 납치,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으로 날아가 자폭하려는 것을 기내로 잠입한 특공대원들이 가까스로 저지한다. 이 영화에서는 납치된 항공기가 워싱턴으로 근접하기 전에 격추시키기 위해 전투기 편대를 띄운다는 내용도 나온다.

'비상계엄' 은 아랍 테러단체의 무차별 테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주제로 한 영화다.

이들 영화 속에서는 모두 테러범들의 의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톰 클랜시의 소설에서도 미국은 '성숙한' 자세로 테러에 대응해, 보복 공격하는 상황까지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소설이나 영화는 민간 항공기 4대가 납치당하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테러당하고 자유무역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되는 상황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이번의 상황은 상상의 한계를 넘었다는 얘기다.

특히 소설 속에서는 대통령이 "보복하면 상대국 인명도 엄청나게 살상돼 결국 똑같은 살인자가 된다" 며 '초합리성' 을 발휘해 보복을 자제한다.

그러나 소설이 아닌 '현실의 테러' 에 대응해야 하는 강성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소설처럼 '평화적' 으로 이 사태를 마무리할 가능성은 작은 것 같다.

안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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