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폐암보다 고통스럽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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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선 흡연자는 40세 이후부터 해마다 폐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폐기능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심한 운동을 하느라, 노래를 열창하느라, 또 탁한 공기를 피하느라 한동안 숨을 멈췄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람은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는 일이다. 심호흡을 통해 들어온 산소가 기관지를 타고 폐 구석구석에 퍼지는 상황은 환희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런 원초적 기쁨도 폐가 건강할 때만 가능하다.

19일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www.lungkorea.com, 회장 고려대 유세화 교수)가 정한 제2회 '폐의 날'이다. 폐암보다 고통스럽다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 흡연자는 폐활량 급격히 감소=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만성기관지염.폐기종(폐에 공기주머니가 만들어지는 병) 때문에 기관지가 점차 좁아지면서 폐활량이 줄어드는 병이다. 45세 이상 성인 8.7%(남자는 12%)가 이 병을 앓을 정도로 흔하다.

폐활량은 심호흡으로 들이마신 흡기를 최대한 내쉴 때의 공기량인데 체격이 클수록, 젊을수록 폐활량이 크다. 통상 1m75㎝ 정도의 중간 체격인 남성의 폐활량은 평균 3.5ℓ.

20대 중반부터 매년 20㏄씩 줄어드는데 흡연자는 이보다 일러 매년 50㏄ 감소한다. 기관지염 등 폐질환도 폐활량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리면 기침.가래가 나오면서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들은 "물에 빠져 익사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고통을 표현한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호흡 곤란은 통증보다 더한 고통이며 실제 아편 등 극단적인 진통제로도 고통을 경감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숨찬 증상은 폐활량이 1.5ℓ이하로 줄어들 때 나타나며, 0.8ℓ이하로 줄면 혼자 세수하는 것도 불가능할 정도로 숨이 차다.

◆ 운동 병행해야 치료 효과 높여=현대 의술로도 한 번 나빠진 폐기능을 호전시킬 방법은 아직 없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는 치료제는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주는 기관지 확장제다. 기침 등 기관지 염증이 나타나면 즉시 항생제 치료를 받아 병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평상시 폐 근육을 키워주는 운동법도 익혀야 한다. 적은 폐활량으로 호흡을 최대한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입술을 오므린 상태에서 날숨을 길게 빼주는 심호흡 등을 해줘야 되는데 처음엔 한 달 정도 병원에서 호흡재활 훈련을 받는 게 좋다.

운동도 필요하다. 숨이 차다고 활동을 하지 않고 지내면 점점 더 호흡 근육이 약해지고 폐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운동으로 폐활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숨찬 증상이나 쌕쌕거림은 줄어든다"고 밝힌다.

증상이 심할 때는 적어도 하루 16시간 이상 산소 공급을 받아야 하므로 잠자는 동안 사용할 가정용 산소호흡기가 필요하다.

◆ 예방은 금연, 조기 발견은 정기 검진=금연 하나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담배 연기가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만들고 이로 인해 기관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흡연을 해온 사람라면 매년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만 40세 이상 성인 중 흡연자는 폐기능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 조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 폐암이 의심되는 증상들

-이유 없이 기침이 난다

-목이 자주 쉬고 좀처럼 낫지 않는다

-기침할 때 가래.혈담이 나오는 경우가 잦다

-숨이 자주 차며 숨쉴 때 색색거리는 소리가 난다

-흉통, 두통, 요통, 어깨 결림이 심하다

-얼굴이나 목이 심하게 붓는다

-온몸의 피부색이 검게 변한다

-식욕이 떨어진다

-구역질, 구토 증세가 자주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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