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도시철도 노사 '뒷거래 임금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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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막대한 빚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가 지난해 '무(無)파업 임금협상 타결' 을 홍보하며 대외적으론 임금을 5.5% 올린다고 발표하고는 이면합의를 통해 실제는 각각 12.25%, 9.7%를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지하철공사는 1백84억원, 도시철도공사는 62억원을 임금으로 추가 지출했다.

특히 양 공사는 임금 인상률을 당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었던 5.5%로 억제했다는 공로(□)로 정부로부터 경영혁신 인센티브 예산 지하철공사 17억원, 도시철도공사 13억원 등 모두 30억원을 받기까지 했다.

11일 서울시가 국회 박종우(朴宗雨.김포.민주당)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양 공사는 연월차수당 지급분을 임금인상분에서 제외하는 등 편법을 동원, 임금인상률보다 각각 6.75%포인트(지하철공사)와 4.2%포인트(도시철도공사)씩 더 지급했다.

구체적으론 지하철공사가 노조와 근무시간을 근로발생 시간에 맞춰 정하는 탄력근무제 도입에 합의하고도 시간외 근무수당 형식으로 43억2천만원을 지급했다.

또 연월차 수당으로 1백7억9천만원을, 가족수당으로 27억3천만원을 추가 지급했다.

도시철도공사도 연월차 지급분 29억4천만원, 가족수당 13억5천만원, 급식보조비 12억원 등을 추가 지급했다.

당시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각각 2조7천억원과 1조8천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어 예산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지하철 파업을 막기 위해 임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며 "공개하지 않고 편법이 동원된 점은 인정하지만 임금인상분이 파업으로 인한 손실 보전금보다 적을 것" 이라고 해명했다.

노조측도 "5.5%를 넘어 지급받은 연월차수당과 가족수당 등은 통상적으로 임금인상분에서 제외되는 자연증가분으로 봐야 한다" 며 "공무원이나 다른 공기업 수준에 맞춘 것이지 과다 지급된 것은 아니다" 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2월 실시한 감사에서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관련 간부 5명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 처분만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초과 지급된 임금은 노사간 합의사항이어서 환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잘못 지급된 인센티브 예산 30억원에 대해서만 공사 임직원 임금에서 환수해 정부에 반납키로 했다.

교통시민연합의 박동환(朴東煥)소장은 "공기업이 편법을 동원해 임금을 인상한 것은 있을 수 없다" 며 "관계자에 대한 개별징계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고발조치가 있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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