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아시아계 이민 200만 명 받아들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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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도전정신이 넘치는 건 미국 사회 특유의 개방성과 혼혈주의가 한몫했다고 봐요. 우리나라도 외국인 이민을 적극 받아들여야 합니다.”

윤종용(66·사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최근 중앙일보 경제 월간지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이민 장려책을 강조했다. 저출산에 따른 사회문제에 대비하는 동시에 폐쇄적인 사회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개방형 사회로 옮아갈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10~15년에 걸쳐 아시아계 남녀 100만 명씩 모두 200만 명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고문은 일본 기업들이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경쟁자 없이 독주하다 보니 자만심이 생긴 탓”이라며 “폐쇄적인 분위기의 공동체 사회 한계를 보인 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10년 가까이 지낸 윤 고문은 이공계 출신 최고경영자(CEO)와 엔지니어·교수 모임인 한국공학한림원의 회장이기도 하다.

-도요타의 고전으로 일본형 기업 모델의 빛이 바랜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일본 모델과 미국 모델을 비교한다면.

“일본은 ‘내가 제일’이라는 생각에 함몰된 것 같다. 또 요즘 일본 기업 CEO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미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애플의 스티브 잡스 등 IT 시대를 주도한 ‘거인’들이 많이 나왔다. 미국 사회도 문제가 많지만 폐쇄적인 일본에 비해 특유의 개방성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폐쇄적이긴 마찬가지 아닌가.

“지금은 청년실업이 심각하지만, 저출산 현상이 20년 넘게 지속되면 인력난이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속히 이주민 유입을 더욱 장려해야 한다. 유럽의 20년 전을 보면 저출산이 연쇄적으로 문제를 낳았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교사들이 장기 실업자로 전락했다. 유럽의 경험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 경영에 복귀하면서 위기론을 펼 무렵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로 나왔다.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어려워질 수 있다. 잘나갈 때가 위기라는 생각이 필수적이다. 자만하고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 준비에 소홀해지고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미국 애플엔 있고 삼성전자엔 없는 게 무엇인가.

“우리에겐 콘텐트와 솔루션을 만들어 내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창의력은 아무래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 시장 규모도 불리하고, 마케팅 능력도 부족하다. 하지만 애플에 비해 기술력은 만만치 않다. 40년 전 라디오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지 않았는가. 기술도 사람도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해냈다. (스마트폰에서) 선수를 빼앗긴 건 따라잡으면 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첨단산업 타령만 해선 안 된다. 우리가 강한 산업, 과거 우리가 강했던 산업도 선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첨단 수종(樹種)산업은 마땅히 지향해야 하지만 전통산업보다 고용창출 효과가 떨어진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첨단산업도 필수적이다.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바이오 같은 산업은 10, 20년을 내다보고 씨를 뿌려야 한다. 하지만 보험만 들어놓고 먹고살 수 없다. 당장 먹고살 산업과 미래 성장동력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윤종용 고문=경북 영천 출생,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66년 삼성 입사, 97년 삼성전자 사장, 2000~2008년 삼성전자 부회장, 2005년 미 포춘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큰 기업인’ 1위, 2009년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세계에서 성과가 가장 뛰어난 최고경영자’ 2위.

◆상세한 내용은 25일 발매된 포브스코리아 5월호에 있습니다.

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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