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 음반시장서 '큰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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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리듬앤드블루스(R&B)가 한국 대중음악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제는 확고한 주류 장르다.

가요 음반 시장은 전통적으로 댄스와 발라드가 양분해왔지만, R&B를 구사하는 국내 가수들이 늘어나고 대중의 지지도 급속히 확산하면서, 이제 음반 시장에서 R&B가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댄스와 발라드를 능가하고 있다.

◇ 이제 주류 장르=올들어 차트 상위권 가수 가운데 R&B를 구사하는 가수보다 그렇지 않은 가수를 꼽는 게 더 빠를 정도다. 기존 가수로는 박진영과 양파가 대표적이다. 댄스 그룹의 방향 전환도 눈에 띈다.

최근 '꿈을 모아서' 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 댄스 그룹 S.E.S.는 일본 유명 작곡가가 만든 빠른 박자의 R&B를 부르는 전략을 구사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신인급 가수들은 이제 대부분 힙합 아니면 R&B다. 올해 최대의 신인으로 떠오른 브라운 아이즈가 대표적이다. 발매 두달여 만에 60만장이 넘는 앨범이 팔려나가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이 듀오는 특히 한국적인 멜로디 중심의 R&B를 내놔 성공했다.

최근 2집 '애즈 원' 을 내놓으며 인기 몰이에 나선 여성 듀오 애즈원은 정통 R&B 사운드를 구사해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정상급의 가창력을 인정받아온 힙합 듀오 타샤니 출신의 윤미래 역시 최근 R&B 솔로로 새 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 팝도 R&B=보이 밴드 엔싱크가 새 노래 '팝' 으로 여전한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정도를 제외하면 국내 팝 인기 차트의 대부분을 R&B 가수들이 차지하고 있다.

새 앨범 '8701' 를 내놓은 어셔를 비롯해 역시 새 앨범 '슈퍼 히어로' 를 발표하고 이번 주 내한하는 브라이언 맥나이트 등이 팝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외국 뮤지션으로는 단연 앨리시아 키스가 꼽히고 있다. 올해 스무살인 이 흑인 여성 뮤지션은 데뷔 앨범 '송스 인 어 마이너' 에서 전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해내며 무서운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 등을 제치고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했으며, 발매 한달여 만에 3백만장의 앨범이 팔려나가는 등 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한 R&B 신데렐라로 팝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녀의 앨범이 지난주부터 본격적으로 발매됐으며, 업계는 드물게 보는 뛰어난 R&B 뮤지션인 그녀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지 주목하고 있다.

◇ 왜 인기인가=미국에서 성장한 애즈원의 멤버 민과 크리스탈은 "이런 음악을 할까 저런 음악을 할까 망설여본 적도 없다. 우리에게 음악은 곧 흑인 음악, 특히 R&B" 라고 잘라 말했다. 애즈원 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20대 가수들이 R&B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왜일까. 대중음악비평가 송기철씨는 "20대들이 듣고 자란 노래가 바로 R&B이기 때문이다.

20대 가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가수로 한결같이 머라이어 캐리.보이즈 투 멘.브라이언 맥나이트 등을 꼽는 것을 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또 최근 몇년간 이어진 댄스 그룹의 천편일률적인 댄스곡들에 식상한 가요팬들이 단순한 발라드보다 풍부한 음악적 감성과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R&B로 관심을 돌리는 것도 한 이유다.

R&B가 주류 장르화하면서 점차 뛰어난 가창력과 음악적 역량을 갖춘 가수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최재희 기자

*** 리듬앤드블루스(R&B)

말 그대로 리듬감이 강조된 블루스로, 도시에서 발달한 흑인 음악이다. 블루스가 도시로 나오면서 바뀐 음악 스타일이 바로 R&B다.

오늘날 블루스에 비해 R&B가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이런 음악적 발달사에 기인한다. 블루스의 매력에 도시적 감성이 덧입혀지면서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호소력을 가지는 음악이 된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1940년대를 전후해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북부 대도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뉴욕으로 진출한 흑인들은 목소리 화음으로 악기 반주를 대신하는 스타일을 발전시켰고, 오늘날 R&B의 모태가 됐다.

스티비 원더.다이애나 로스 등으로 대표되던 80년대까지의 R&B는 90년대 들어 보이즈 투 멘.브라이언 맥나이트 등이 주류의 맥을 이으면서 전세계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에서 R&B를 구사한 선두 주자로는 지금은 해체된 그룹 솔리드를 꼽을 수 있다. 김조한 등 미국에서 성장한 솔리드 멤버들은 가요에 R&B적 요소를 적극 수용했으며, 이후 양파.박정현.박화요비 등 여가수들을 중심으로 일반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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