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불친절… 불안한 마을버스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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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들쭉날쭉한 배차시간, 불친철, 과속운전…"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닿지 않는 곳의 유용한 교통수단인 마을버스가 서민들의 '고마운 발' 이 되고는 있지만 서비스의 질은 형편없어 이용객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승객 편의 뒷전=6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 금호역 출구 마을버스 정류장. 10분 넘게 시동을 건 채 서있던 낡은 16인승 마을버스는 역에서 몰려나온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승객 정혜성(29.성동구 금호동)씨는 "콩나물시루가 될 때까지 20분 이상 기다리기가 일쑤인 데다 청소도 하지 않는지 악취마저 풍기니 정말 짜증이 난다" 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앞~모래내 구간을 오가는 한 마을버스 업체는 몇 달 전 두대의 차량 중 한대가 고장나자 나머지 한 대로 전지역을 운행하는 바람에 이용객들이 한시간 이상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돈 되는 곳' 만 골라 다니는 노선축소 횡포도 비일비재하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사무소~상명대 후문~평창동 구간에서 영업하는 한 마을버스는 학생승객이 몰리는 등.하교 때는 아예 학교에서부터 학교밑 큰길까지만 오가는 '스쿨버스' 로 둔갑, 다른 동네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강남역 구간에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A업체는 당초 신청한 강남역~제일생명~강남역 회차구간을 운행하지 않다가 지난달 구청에 적발돼 과징금 1백80만원을 물기도 했다.

백화점 셔틀버스를 즐겨 이용했던 경기도 일산.분당 신도시 주민들은 불만이 더 크다. 주부 김미자(44.고양시 일산구)씨는 "셔틀버스 운행이 중단된 뒤로 승객들이 몰리고 있지만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이 예사인 데다 내부도 더러워 불편하기 짝이 없다" 고 말했다.

이밖에 부산지역 마을버스는 냉방이 되는 버스가 60%밖에 안된다.

◇ 안전 불감증=업체가 영세하다보니 차량 대수 부족 등을 이유로 과속.난폭 운전이 심각한 수준. 주부 문인숙(55.서초구 반포동)씨는 "지난달 마을버스가 급출발하는 바람에 뒤로 넘어져 크게 다칠 뻔했다" 고 말했다.

노후차량의 잦은 고장과 정비불량도 안전을 위협한다. 서울시 조사 결과 전체 차량의 10% 정도가 폐기대상인 90~93년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마을버스에 대해선 아예 정비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J운수 기사 劉모(36)씨는 "정비사 한명이 17대의 차를 모두 손보다 보니 정비가 제대로 안돼 브레이크나 엔진에 이상이 생길 경우 속수무책" 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경우 동래.영도구 등의 차고지가 없는 마을버스 업체들이 회차지점이나 종점.도로변에서 타이어 교환 등 정비를 할 정도다.

◇ 문제점=영세한 업체들의 난립과 주먹구구식 경영이 가장 큰 문제다. 서울의 경우 1백59개 업체 중 1백28개(80%)사가 자본금 규모가 5천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하다. 차량보유대수는 52%가 6~10대, 17%는 5대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이렇다보니 보수가 낮아 운전기사의 이직도 잦다. 서울에선 지난해 전체 마을버스 기사 중 45.6%가 직장을 옮겨 시내버스 기사 이직률(25.7%)의 두배에 가까웠다.

노동시간은 비슷한 데도 월급(1백만원 안팎)은 시내버스 기사의 3분의 2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때문에 일부 업체는 사장이 직접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지자체의 무관심도 서비스의 부실을 거들고 있다. 지자체들은 시내버스의 경우 구조조정시 부실업체의 부채 50%를 탕감해 주고, 복지시설.냉방시설 교체비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반면 마을버스에 대해선 지원이 전혀 없다.

서울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마을버스 요금이 3년간 동결된 데다 지원도 전혀 받지 못해 업체 스스로 서비스 개선에 나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박수규(朴秀圭)책임연구원은 "전무하다시피 한 마을버스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해 업체 통폐합 등 경영개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 마을버스=1982년 서울에서 자가용 버스 형태로 첫 운행을 시작했으며, 90년대 들어 마을과 역세권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전국으로 확산됐다.

올 1월 현재 전국의 마을버스는 모두 3천2백67대로 시내버스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성인기준 요금은 ▶서울 3백원(일부 고지대 5백원)▶경기.인천 4백~4백50원▶부산 5백20~7백원 등 지자체별로 다르다.

박지영.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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