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귀한 상하이에 하루 두 차례 '스노 쇼'선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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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호 20면

상하이 엑스포가 펼쳐질 황푸강 서안에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홀연히 들어섰다. 고운 옥색의 띠가 밑에서부터 휘감아 올라간 모습이 단박에 주변 건물과 구분된다. 중국 대륙에서 활약 중인 금호아시아나·삼성전자·신세계이마트·두산·롯데·포스코·한전·현대차그룹·효성·LG·SK텔레콤·STX 등 12개 대기업이 공동으로 참가하는 한국기업연합관(사진)이다. 역동적인 춤사위와 상모 돌리기에서 영감을 얻어 기업-사람, 도시-자연을 엮어주는 물결이 건물 전체를 휘감는 형상이다. 바로 한국이 엑스포 참가 사상 처음 세운 한국의 기업관이다.

미리 가 본 한국기업연합관

한국기업연합관의 주제인 ‘그린 시티, 그린 라이프(Green City, Green Life)’는 상하이 엑스포가 지향하는 ‘베터 시티, 베터 라이프(Better City, Better Life)’를 뒷받침한다. 미래의 도시와 삶은 곧 친환경적 삶이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연합관의 외관에는 친환경 엑스포의 취지에 부응해 철재나 목재가 아니라 천막재(합성수지)를 사용했다. 엑스포 뒤 이 천막재는 철거 뒤 상하이 시민에게 재활용 쇼핑백 등으로 배포된다. 전시물 역시 관람객들이 ‘그린 시티, 그린 라이프’의 실체를 체험할 수 있도록 채워졌다. 1층에서 5만 개의 거울을 통해 연합관의 주제를 전달받은 관람객들은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 ‘그린 시티’를 만드는 12개 기업의 기술이 집합된 ‘미디어 테이블’, 각 기업의 대표 제품·서비스를 보여주는 ‘멀티미디어 월’ 등을 체험한다.

2층으로 내려오면 미래도시인 ‘그린 시티’에서 ‘그린 라이프’를 체험한다. ▶살아 숨쉬는 미래도시(두산·포스코)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에너지(한전·효성) ▶지능형 도시시스템(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LG) ▶도시 삶의 즐거움(롯데·신세계이마트·SK텔레콤) ▶다른 도시와의 교류(금호아시아나·STX) 등 5가지 테마를 통해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3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슬로프에서 감상하는 세계 최첨단 기술의 원통형 멀티미디어 영상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엑스포 참가국 수와 같은 192대의 액정화면(LCD)을 통해 그려지는 더 나은 미래상은 한·중 양국의 지향점이자 우리 기업들의 참가 의의를 표출한다.

다른 관에서는 결코 체험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도 몇 가지 준비돼 있다. 눈을 보기 힘든 상하이에서 보는 이를 잠시나마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줄 ‘눈 내리는 상하이’가 그것이다. 첨단 기기를 이용해 하루에 두 차례씩 전시관 주변에 뿌려지는 눈송이는 관람객들의 상상을 자극할 아이템이다. 매일 밤 연합관의 몸체에서 발산되는 형형색색의 장대한 불빛은 하늘의 달빛과 강 건너 중국관의 야경과 조화를 이뤄 황푸강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낼 것이다. 한·중 우정의 상징인 '한국기업연합관 서포터즈'도 마련된다. 이들은 중국을 사랑하는 한국 젊은이(중국 유학 경험자)와 한국을 사랑하는 중국 젊은이(한국 유학생) 88명으로 구성된다.

한국기업관 주변에는 항공우주관, 중국석유관, 일본산업관도 포진해 있다. 그중 일본산업관은 자국의 전통문화와 산업·패션 등을 선보이게 되는데 생활용품·식품 분야의 중소기업들이 많아 한국기업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국기업연합관이 성공적으로 건설되기까지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긴축 경영을 펼쳐 상하이 엑스포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무역협회 주도로 연합관을 만들어 기업들의 참가 부담을 줄인 뒤에야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게 가능했다. 참가 결정이 부지배정 완료시점보다 늦었지만 엑스포조직위의 협조로 공용부지 일부를 특별 배정받는 행운도 뒤따랐다.

경쟁국 전시관보다 무려 1년 이상 늦게 시작했지만 최고의 전시관으로 발돋움했다. 한국기업연합관을 총지휘하는 무역협회 오영호 부회장은 “우리의 궁극적인 참가 목적은 한·중이 미래 성장산업인 녹색산업에서 협력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더욱 다지고 협력의 넓이와 깊이를 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부터 한국기업연합관은 상하이 엑스포의 야경을 구경할 최적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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