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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와이드] 거문도 밤바다 은갈치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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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남 거문도 앞 바다는 요즘 불야성이다.집어등(燈)으로 불을 밝힌 갈치잡이 낚시 어선들이 밤마다 '가을 갈치' 를 잡느라 장관을 연출한다.

낚싯줄에 매달려 줄줄이 올라오는 은백빛 갈치는 어느 해보다 풍어(豊漁)를 이뤄 섬 전체가 활기에 넘친다.

지난 1일 오전 1시 거문도 남쪽 10㎞ 해상.1천5백촉(w)짜리 전구 42개로 대낮처럼 밝힌 9t급 남광호 어부들은 연신 올라오는 은갈치 떼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선원들이 대나무에 매달린 낚싯줄을 솜씨좋게 잡아 다닐 때마다 은백색의 갈치가 칼춤을 추듯이 불빛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갈치는 선원들 손 안에서 잠시 버둥거리다 얼음상자 안으로 쉴새없이 옮겨졌다.

갈치를 그물로 잡을 경우 서로 물어뜯거나 발버둥 쳐 몸체가 찢기거나 비늘이 벗겨져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낚시로만 잡는다.

“갈치와 머리 싸움도 만만치 않아요.”

선원 김영배(42)씨는 “갈치들이 불빛을 보고 몰려오지만 어획량은 각자 실력에 따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낚싯줄을 바다 속 50m 가량 내리는 과정에서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인다.잡은 갈치를 배 위에 올림과 동시에 낚시에 걸려있는 미끼를 빼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미끼를 그대로 두면 갈치 몸 속에서 부패해 가장 맛있는 배쪽의 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낚싯배는 끊임없이 흔들거려 초보자는 10분도 서 있기 힘들다.이 배는 조류에 따라 이동한다.하룻밤 사이에 10㎞이상 흘러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갈치잡이 낚시 어선들은 통상 2㎞ 이상 간격을 두고 조업을 한다.선원들은 한결같이 모자를 깊숙히 눌러쓰고 있다.집어등에 피부가 쉽게 타기 때문이다.

수평선 저쪽에 점점이 떠 있는 갈치잡이 어선들의 불빛이 은하수 처럼 널려있어 보기에 아름답다.선원들은 바다에 나오면 담배 한개비 피울 시간조차 없다.

선원생활 20년째인 조창호(43)씨는 “밤참을 먹을 때 말고는 동료들과 얘기조차 하지 않고 갈치와 싸워야 한다”고 했다.

오후 5시쯤 출항해 하룻 밤 조업에 보통 한사람이 한상자(상자당 10㎏기준)씩은 잡는다.

한사람이 최고 11상자를 잡는 경우도 있다.선원들은 자기 어획량을 선주와 절반씩 나눠 그 만큼 부지런을 떨 수 밖에 없다.

여수 선적 제일호 선장 김한기(57)씨는 “11년째 갈치 채낚기 어선에 타왔지만 올해같은 풍어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거문도 어장은 6월 부터 11월초까지 거문도 앞바다에서부터 제주 성산포 앞까지 70㎞에 걸쳐 형성된다.

갈치는 2∼3월까지 제주도 서남해역에서 월동하고 4월부터 북으로 이동,4∼8월 서남 연안에서 산란하고 9월 이후 수온이 낮아지면서 서서히 월동장으로 이동한다.

여름철 산란을 끝내고 늦가을까지 충분한 먹이를 취하면서 초겨울이 되면 월동장소로 이동하는 것을 중간에서 잡기 때문에 갈치는 가을철에 제맛을 낸다.거문도에 갈치 어군이 발견되면 부산 ·제주 ·여수 ·고흥 등지에서 1백∼2백여척의 어선들이 몰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아예 거문도에 진을 치고 갈치잡이에 열을 올린다.거문도 현지 배들은 30여척 정도.외지 배 선원 3백여명 이상이 거문도에서 묵어 섬 경기가 좋을 수 밖에 없다.배들은 대개 3.5∼29t급으로 어부 4∼8명이 함께 조업한다.

거문도는 낚싯배가 들어오는 오전 6시부터 부산해진다.선착장에 닿아있는 거문도 수협 2백여평 위탁판매장에는 중매인 10여명과 일꾼들,관광객들이 북적대며 신선한 갈치를 기다린다.

상자에 가지런히 놓인 갈치는 들어오는 순서대로 경매에 붙여진다.하룻밤 사이라도 신선도에 차이가 나고 크기도 달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거문도 수협 유통사업과 직원 세명이 중매인들을 상대로 경매를 진행하는 사이 선원들은 자기가 잡은 갈치 상자 위에 꼬리표를 붙여놓고 숙소나 인근 다방으로 향한다.더러는 경매가격이 궁금해 중매인들 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모습도 눈에 띤다.

이날 오전 9시까지 거문도에 들어온 95척의 갈치 채낚기 어선 위판량은 1만6천1백㎏(1천6백10상자),위판고는 1억5천5백만원으로 보통 수준이었다.

올들어 8월말까지 거문도 수협 위판량은 모두 7천18t(위판고 48억7천여만원)으로 지난한해 3백44t(35억원)을 넘어섰다.

거문도 수협 김장호(68)이사는 “10월까지 위판고 70억원 달성이 거뜬할 것으로 보여 최대의 갈치 풍어를 기록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거문도=천창환 기자

*** 거문도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신풍리 전수월산(해발 1백73m)등성이에 서면 거문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사이 바다에 병풍처럼 둘러선 동도 ·고도 ·서도 등 세개의 섬으로 이뤄졌다.여수에서 1백17㎞,제주에서는 1백10㎞ 떨어져 있다.

올들어 8월말까지 이 섬을 찾은 관광객은 8만6천명,벌써 지난해 관광객 수 8만명을 넘어섰다.

거문도 관광의 백미는 거문도에서 28㎞ 떨어진 백도(白島)를 둘러보는 것이다. 형태에 따라 서방바위 ·형제바위 ·메바위 등으로 불리는 기암괴석 수백종이 널려있다.

수없이 많은 섬들을 밀물과 썰물 때문에 정확히 셀수 없지만 대략 1백개쯤 된다고해 백도(百島)로 부르다가 사실은 섬이 99개여서 ‘百’자의 ‘一’을 뺀 백도(白島)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삼산면 사무소 이재흠(41)관광개발계장은 “백도에 백번을 넘게 드나 들었어도 갈 때마다 풍광이 다르다”고 말했다.

거문도 일대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지역으로 지정되면서 1981년 12월부터 백도 상륙은 금지되고 있다.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팔색조 등 새들이 평화스럽게 노닐고 동백림 사이 아열대 식물이 사철 푸르다.

거문도 고도 선착장에서 오전과 오후 두차례 2시간 20분 일정의 관광선이 백도 주변을 운항한다.

서도 수월산에 자리한 거문도 등대는 1905년 국내에서 두번째로 준공됐으며 맑은 날 제주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1885년 영국 해군선단이 거문도를 점령하고 기지와 항구를 구축,2년간 머물렀으며 거문리 뒷편 산에 영국군 묘지 2기가 남아있어 매년 영국대사가 다녀간다.

일본인들은 1904년부터 고도에 들어와 살았고 지금도 일본인들이 당시에 지었던 목조가옥 10여채가 남아있다.

거문도 주변의 감성돔 ·돌돔 갯바위 낚시터도 유명하다.7t가량 되는 소형 유람선을 네시간 빌려 타는데 25만원 정도 받는다.담백한 맛이 일품인 갈치회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이 오전 8시,오후 3시에 출항하며 고흥 녹동항에서도 하루 두차례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 철부선이 뜬다.

*** 거문도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신풍리 전수월산(해발 1백73m)등성이에 서면 거문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거문도는 여수와 제주사이 바다에 병풍처럼 둘러선 동도 ·고도 ·서도 등 세개의 섬으로 이뤄졌다.여수에서 1백17㎞,제주에서는 1백10㎞ 떨어져 있다.

올들어 8월말까지 이 섬을 찾은 관광객은 8만6천명,벌써 지난해 관광객 수 8만명을 넘어섰다.

거문도 관광의 백미는 거문도에서 28㎞ 떨어진 백도(白島)를 둘러보는 것이다. 형태에 따라 서방바위 ·형제바위 ·메바위 등으로 불리는 기암괴석 수백종이 널려있다.

수없이 많은 섬들을 밀물과 썰물 때문에 정확히 셀수 없지만 대략 1백개쯤 된다고해 백도(百島)로 부르다가 사실은 섬이 99개여서 ‘百’자의 ‘一’을 뺀 백도(白島)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삼산면 사무소 이재흠(41)관광개발계장은 “백도에 백번을 넘게 드나 들었어도 갈 때마다 풍광이 다르다”고 말했다.

거문도 일대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지역으로 지정되면서 1981년 12월부터 백도 상륙은 금지되고 있다.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팔색조 등 새들이 평화스럽게 노닐고 동백림 사이 아열대 식물이 사철 푸르다.

거문도 고도 선착장에서 오전과 오후 두차례 2시간 20분 일정의 관광선이 백도 주변을 운항한다.

서도 수월산에 자리한 거문도 등대는 1905년 국내에서 두번째로 준공됐으며 맑은 날 제주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1885년 영국 해군선단이 거문도를 점령하고 기지와 항구를 구축,2년간 머물렀으며 거문리 뒷편 산에 영국군 묘지 2기가 남아있어 매년 영국대사가 다녀간다.

일본인들은 1904년부터 고도에 들어와 살았고 지금도 일본인들이 당시에 지었던 목조가옥 10여채가 남아있다.

거문도 주변의 감성돔 ·돌돔 갯바위 낚시터도 유명하다.7t가량 되는 소형 유람선을 네시간 빌려 타는데 25만원 정도 받는다.담백한 맛이 일품인 갈치회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이 오전 8시,오후 3시에 출항하며 고흥 녹동항에서도 하루 두차례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 철부선이 뜬다.

*** 거문도수협 임석희 과장

거문도 갈치 위판장 실무 책임자인 임석희(林錫熙·45)거문도 수협 유통사업과장은 “올해는 예년보다 한달 이른 5월께 거문도 주변에서 갈치 어군이 발견돼 풍어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까지 위판고는 갈치 48억7천여만원을 포함,삼치 ·도미 ·우럭 등 모두 96억2천여만원.

林과장이 직원 두명과 함께 진행하는 위판장은 추설과 설 명절을 제외하고는 연중 고깃배가 들어오는 날마다 열린다.

경매가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전화 주문에 따른 판매를 위해 상황에 따라 수협측도 중매인들과 마찬가지로 경매에 참여해 물량을 확보하기도 한다.

거문도 위판장에서 중매인들에게 넘겨진 갈치 등은 고흥 녹동항으로 들어가 전국의 도매상·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거문도 수협이나 중매인들에게 전화 주문할 경우 택배를 통해 다음날 받을 수 있다.

거문도 토박이인 林과장은 갈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조만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할 계획이다.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토막 낸 갈치·고등어 등을 진공 포장해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음력 4월 15일 열리는 거문도 풍어제를 관광상품화 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林과장은 “냉동시설을 갖춘 대형 저인망 어선들이 조업구역을 벗어나 거문도 근해에까지 들어와 어장을 휘젓고 다니는 사례가 많아 안타깝다”며 “정부차원의 단속과 지도 등 수산자원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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