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포럼 국제회의] 국내외 석학 30여명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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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북화해와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학술회의가 평화포럼(이사장 姜元龍) 주최로 5일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화해' 를 주제로 열린 이번 회의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남북간 평화와 화해협력은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큰 흐름" 이라며 "평화공존과 평화교류를 통해 장차 평화통일을 이룩하려는 햇볕정책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는 메시지를 보냈다. 회의에 참석한 30여명의 해외석학과 전문가들의 토론을 소개한다.

◇ 강원용(평화포럼 이사장)=한민족이 20세기에 겪은 비극을 21세기에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간의 정치적 통일은 뒤로 미루고 전쟁 가능성을 없애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남한 내 보수.진보간의 이념적 대결구조를 청산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생존을 위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이 이뤄져야 하며, 이산가족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정상회담.장관급회담 등을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경제.문화 등 민간교류를 활발히 해야 한다. 나아가 군비를 축소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주변국은 한반도 문제에 간섭하려 하지 말고 남북간의 대화.협력이 이뤄지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국은 특히 북한과의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

◇ 도이 다카코(土井多賀子.일본 사민당수)=지난 1월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江주석은 "남북한의 화해.협력을 지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평양을 방문한 江주석은 남북관계에 분명히 기여할 것이다.

한국인은 분단의 종식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강대국간에 냉전이 다시 발생하면 그 꿈은 악몽이 될 수 있다. 남북관계 개선과 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 중심의 군사동맹이 모든 관련국들을 동등하게 취급하는 새로운 지역동맹으로 대체돼야 한다. 유럽은 동아시아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지역협력과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은 일방주의적인 접근 방식을 버려야 한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추구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는 군비경쟁을 포함한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일본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일본은 북한에 식민통치를 진지하게 사과하고 응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 류수칭(劉述卿.전 중국인민외교학회장)=중국은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견지해온 화해.협력정책을 지지한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한반도 정세변화를 위한 노력도 높이 평가한다.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이 잘 이뤄지면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북한과 주변국간에 얽힌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비교적 긴 과정을 거쳐야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남북한 지도자들의 자주적 평화통일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우리는 남북 지도자들이 지속적인 대화.협상을 통해 통일의 신성한 목표를 실현할 것으로 믿는다.

◇ 노다리 시모니야(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장)=부시 미 행정부의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후퇴했다. 미국이 북한을 다시 적으로 규정했을 뿐 아니라 대북 미사일협상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동결을 담은 94년의 북.미 기본합의를 준수했다.

북한 정권의 성격이 어떻든간에 남북대화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과거 동독을 포용했던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도 미국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통일을 이끌어냈다.

한반도 운명은 한민족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 러시아는 金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시 북한의 철도 재건에 합의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와 경의선이 연결되면 한반도 안정과 남북한 경협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리=이동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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