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입대한 너를 기특하다고 했던 나를 용서해 다오.”
고 최한권(38) 상사의 딸 보배(8)양이 아빠에게 보낸 편지.
생존 장병들은 심 하사를 ‘인기가 많았던 부사관’으로 기억했다. 그는 술을 마시지 못하면서도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회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것이다. 심 하사는 검소하게 생활하면서도 수병들에게 야식을 사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해군은 23일 생존 장병들과 유족이 전사자들에게 쓴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편지에는 고인들에 대한 사랑·추억·전우애·애통함 등이 구구절절이 묻어났다.
천안함 통신관을 지낸 이호성 중위는 고 최정환 중사를 기억하며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 중위는 “천안함 의무실 안에 누워 있는데 최 중사가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시신을 내가 싸줬다’며 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중위는 “그 얘기를 한 장소가 지금 천안함이 침몰한 곳인데 이번엔 최 중사가 연평해전 전사자들처럼 태극기에 싸여 왔다”며 애통해했다.
고 박보람 하사는 절친한 친구인 김건엽 하사와 함께 2008년 해군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김 하사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훈련소에서 퇴소하자 “친구와 함께하지 않는 군 생활은 의미가 없다”며 동반 퇴소했다. 이후 김 하사의 몸이 완쾌되자 다시 입대하는 뜨거운 우정을 보여줬다.
천안함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고 민평기 중사에 대해 “군내 스트레스,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조언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위는 “민 중사와 다시 소주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고픈 마음이 간절하다”고 적었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