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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입대 칭찬했던 엄마를 용서하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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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원 입대한 너를 기특하다고 했던 나를 용서해 다오.”

고 최한권(38) 상사의 딸 보배(8)양이 아빠에게 보낸 편지.

천안함 전사자 고 심영빈 하사의 어머니 김순자씨가 하늘나라로 떠난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심 하사는 2005년 대학 공부를 접고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동생의 학비를 대고 집안 살림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는 월급의 대부분을 꼬박꼬박 부모에게 송금했다고 한다. 어머니 김씨는 편지에서 “아들아, 미안하다. 네게 갚을 빚이 너무 많은데 너만 가느냐”라고 적었다.

생존 장병들은 심 하사를 ‘인기가 많았던 부사관’으로 기억했다. 그는 술을 마시지 못하면서도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회식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것이다. 심 하사는 검소하게 생활하면서도 수병들에게 야식을 사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해군은 23일 생존 장병들과 유족이 전사자들에게 쓴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편지에는 고인들에 대한 사랑·추억·전우애·애통함 등이 구구절절이 묻어났다.

천안함 통신관을 지낸 이호성 중위는 고 최정환 중사를 기억하며 “우리나라의 안보 현실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 중위는 “천안함 의무실 안에 누워 있는데 최 중사가 ‘제2연평해전 전사자들의 시신을 내가 싸줬다’며 울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중위는 “그 얘기를 한 장소가 지금 천안함이 침몰한 곳인데 이번엔 최 중사가 연평해전 전사자들처럼 태극기에 싸여 왔다”며 애통해했다.

고 박보람 하사는 절친한 친구인 김건엽 하사와 함께 2008년 해군 부사관 후보생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김 하사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훈련소에서 퇴소하자 “친구와 함께하지 않는 군 생활은 의미가 없다”며 동반 퇴소했다. 이후 김 하사의 몸이 완쾌되자 다시 입대하는 뜨거운 우정을 보여줬다.

천안함 작전관 박연수 대위는 고 민평기 중사에 대해 “군내 스트레스,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고 조언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위는 “민 중사와 다시 소주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고픈 마음이 간절하다”고 적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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