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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닫은 통일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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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종 정치부 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입은 요즘 굳게 닫혀 있다. 일주일마다 한 차례 이상 하도록 국정홍보처가 권고해온 장관 공개브리핑은 두 달 넘게 감감 무소식이다. 미 대선 이후 북핵문제나 6자회담, 남북 당국대화 재개 같은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기도 한 그의 목소리는 좀체 들리지 않는다.

그는 7월 취임 후 지금까지 두 차례 공식 브리핑을 했다. 그때마다 설화(舌禍)를 당했다. 9월 12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양강도 김형직군 폭발설에 대해 "징후가 있다"고 확인했지만 결국 엉뚱한 곳의 댐 발파작업으로 판명됐다. 앞서 8월 15일에는 탈북자 468명의 국내 입국과 관련, 유감을 표명했다가 '북한에 대한 사과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북한으로부터는 "사죄는 않고 횡설수설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때부터 정 장관은 브리핑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졌다. 5일 당정청협의회에서 "미 대선 후 북한이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지만 그 근거로 통일부 당국자가 쥐여준 정보가 함량미달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 5일 민주평통에서 "국가보안법과 국가안보는 상관이 없다"고 한 말도 구설에 올랐다.

정동영 장관은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지난달 초 "앞으로 내가 직접 브리핑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신 브리핑을 맡았던 이봉조 차관도 도중 하차했다. 이 차관의 지난달 26일 외부 강연내용이 '내년 3월 정상회담 시나리오'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신중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은 때문이다.

고위 당국자가 언론을 상대로 현안을 설명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전제로 언론사 기자들의 정부부처 사무실 출입을 막고 있다. 대선 때 노인폄하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그의 신중한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자 출신 각료인 정 장관의 처신은 실망스럽다.

특유의 달변으로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남북관계 밑그림을 국민에게 알리는 자신있는 통일부 장관 정동영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영종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