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보존 북촌 가꾸기 사업 지지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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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시가 종로구 삼청동과 가회동 일대에 밀집한 전통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추진 중인 '북촌 가꾸기 사업' 이 지지부진하다. 한옥 소유주 대부분이 재산권 행사 제약과 시 지원 미흡 등을 이유로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등록한 한옥에 대해 거주자 주차장 사용권 우선 배정 등 추가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 진행 과정=종로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 이름붙여진 '북촌(北村)' 은 옛 양반들의 거주지여서 전통 한옥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경복궁.창덕궁.삼청공원에 둘러싸인 이곳에는 1985년까지만 해도 1천5백채가 넘는 한옥이 있었으나 도시 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인해 지금은 8백63여채만 남아 있을 뿐이다.

따라서 시는 약 20만평의 북촌을 보존하기 위해 등록 한옥을 대상으로 개.보수 비용 등을 지원하고, 매물로 나온 한옥을 사들여 박물관.민박시설 등으로 개조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2004년까지 총사업비 4백79억원을 들여 한옥 1백36채를 포함해 모두 1백88채의 건물을 매입, 한옥은 보수 후 임대하고 일반 건물은 철거 후 그 부지에 공원이나 주차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지역 한옥 총 8백63채의 3%인 29채만이 시에 등록했으며 시가 매입한 한옥도 7채에 그쳤다.

◇ 부진 원인=한옥 등록 실적이 미미한 주된 이유는 재산권 행사 제한에 대한 소유주들의 불안감이다. 상당수 소유주가 "한옥으로 등록해 개.보수 비용을 지원받으면 집을 팔거나 다시 지을 때 제한이 따르는 것으로 안다" 고 걱정했다.

주민들의 이런 반응은 83년 북촌 전역이 '집단 4종 미관지구' 로 지정된 뒤 99년 해제될 때까지 땅값이 폭락하는 등 재산상 피해를 본 데서 비롯됐다. 결국 규제만 하고 도로.주차장 확충 등 개발을 등한시한 시의 무책임한 행정이 주민들의 불신감만 높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한옥 등록은 규제용이 아닌 지원용" 이라며 "한옥으로 등록해도 재산권 행사에는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고 강조했다. 등기부 등본과 한옥 사진.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하면 되는 간편한 한옥 등록 절차에 대한 홍보 부족도 사업 부진의 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 활성화 대책=시는 등록 한옥에 대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시 건축지도과 관계자는 "등록 한옥 소유주에게 거주자 주차장 사용권을 우선 배정하고 주차요금도 지원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 7월 28일부터 한옥 개.보수 지원을 위한 현장사무실(02-3707-8388)을 운영, 한옥 등록 절차를 대행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동호회 '한옥사랑' (http://cafe.daum.net/hanoksarang)의 정지욱(34)씨는 "북촌 한옥마을은 아직 개.보수 지원을 받은 모델이 하나도 없다" 며 "시가 사업의 구체적인 윤곽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 이라고 지적했다.

북촌 주민들은 "시가 공사 완료 후에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에 사전 비용 마련에 부담을 안고 있다" 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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