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격투기 축구'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수원-부산전은 왜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도 일본에 밀리며 '2류 국가' 로 전락했는지를 보여주는 한판 같았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 수원과 국가대표를 5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부산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팀들이지만 이기겠다는 의욕만 앞섰다. 전.후반 합쳐 모두 34차례의 파울이 나왔고, 전반 종료 직전에는 수원 산드로와 부산 윤희준이 차례로 퇴장당했다.

거친 플레이는 전반 31분 시작됐다. 페널티 지역을 파고들던 수원 김진우는 몸을 날린 이민성과 부딪혀 쓰러진 후 들것에 실려 나갔고 이병근과 교체됐다. 이병근은 투입되자마자 복수라도 하듯 공을 가진 이민성을 걸어 넘어뜨렸다. 41분엔 산드로와 윤희준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서로 발을 높이 드는 위험한 동작으로 나란히 경고를 받았다. 산드로는 전반 45분 자신을 꽁꽁 묶었던 부산 김학철과 몸싸움을 벌이다 다시 경고를 받아 퇴장당했고, 윤희준도 49분 거친 수비로 경고를 보태 역시 퇴장당했다.

선수들간의 몸싸움은 축구의 매력일 수 있다. 그러나 감정까지 실린 격투기로 변질되면 이미 축구가 아니다. 이날 경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이 흥분을 더해 가며 다시 파울을 양산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자연히 경기가 자주 중단됐고 선수들이 심판에게 항의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됐다. 산드로는 퇴장명령을 받자 주심을 두번씩이나 밀치기도 했다.

승리하고 싶은 선수들의 심정은 당연하지만 격투기가 아닌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은 축구팬들의 바람을 저버려서는 안된다.

수원=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