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결별까진 안갈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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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자민련 명예총재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마주 보고 차를 달리다가 먼저 핸들을 돌리는 쪽이 지는 '치킨 게임' 을 하고 있는 듯하다.

JP가 지난달 30일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을 물러나도록 끝까지 강요할 것" 이라고 결기를 세우자 청와대는 31일 "林장관 문제는 민족문제이기에 경질할 수 없다" 고 반박했다. 자민련이 林장관 사퇴 결의문을 채택하자 청와대는 '유감' 이라고 했다.

그러자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유감이라고 한 것이 대단히 유감" 이라고 맞받았다. 외형상 도저히 절충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과연 DJP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일까.

민주당과 자민련의 표면적인 흐름은 갈라서기를 각오하고 있는 듯하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JP가 쫓겨나는 모습을 보일수록 충청권과 보수안정층의 표결집을 가져온다" 며 독자노선을 강조했다. 민주당도 "표결 불사" "정면돌파" 를 외치고 있다.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1997년 대통령후보 단일화협상을 성사시켰던 김용환(金龍煥)의원은 "DJP의 공조는 이미 심정적으로는 깨진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그러나 측근들은 "DJ와 JP는 공조 파기가 현실화할 때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며 결별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민주당의 핵심당직자는 "金대통령은 국회 절반의석(1백37석)에서 23석이나 모자라는 소수 여당(1백14석)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잘 알고 있다" 고 말했다. 무엇보다 DJ가 공조를 깨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임기가 1년6개월 남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정 장악력의 훼손과 권력누수 현상을 감수할 수 없다는 점이다.

JP쪽도 사정이 다를 바 없다.

우선 해임안 표결사태까지 가게 되면 민주당에서 이적한 4명 중 배기선(裵基善).송석찬(宋錫贊)의원 등 최소한 두 사람이 당을 뛰쳐나갈 수 있다. 이 경우 현재 간신히 교섭단체 자격(20석)을 유지하고 있는 자민련은 또 다시 이 지위를 잃어버리게 된다.

또 당 총재인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를 비롯, 자민련 몫 장관과 정부 산하기관에 나가있는 자민련 출신 인사들도 철수해야 한다.

민주당과 자민련 모두 큰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문제는 누가 먼저 물러나느냐의 게임" 이라는 게 많은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의 생각이다.

자민련이 끝까지 밀어붙일 경우 청와대측은 林장관의 사퇴 또는 당정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가 물러서지 않을 경우 자민련은 '많은 대가' 를 받고 절충할지도 모른다.

金대통령이 "공조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 이라고 한 대목이나, JP가 "큰 길에서 공조한다" 며 "표결과 공조는 별개" 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 해임건의안이 가결되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시간이 다소 흐른 뒤에는 DJP 회동 등을 통해 2여 공조는 복구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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