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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발 보트피플 놓고 관련3국 '핑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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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제난민 4백38명을 태운 노르웨이 화물선의 처리를 놓고 호주.인도네시아.노르웨이 등 관련국들이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관련국들이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며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관련국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번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주 정부가 29일 "호주땅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슨 조치든 취할 것" 이라고 밝혔고, 인도네시아 정부도 재차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 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국들은 이번 사건의 처리결과가 향후 난민처리 과정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사건 발단=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및 스리랑카 출신의 난민을 태운 배가 인도네시아를 떠나 호주로 항해하던 도중 지난 27일 침몰되면서부터다.

호주 연안경비대는 마침 근처를 지나던 노르웨이 화물선에 난민의 구조를 요청했다. 호주의 요청을 받은 노르웨이 화물선은 난민을 구조한 뒤 호주 입항을 시도했다.

그러자 호주 당국이 구조된 난민의 입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서 국제적인 분쟁거리로 떠올랐다.

◇ 관련국 반응=호주 정부는 29일 노르웨이 화물선에 군대까지 투입해 난민들의 호주 입항을 저지하고 나섰다.

호주 당국은 "이 문제는 노르웨이와 인도네시아간에 해결돼야 한다" 면서 "이들은 불법난민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르웨이는 "해당 선박이 호주 영해에 머무르고 있고 이들 난민구조도 호주 구조당국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졌다" 면서 "어디까지나 호주가 전적으로 알아서 처리할 일" 이라고 주장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

난민선박의 출항지인 인도네시아에서도 "난민이 호주로 향하고 있는 만큼 호주측이 알아서 처리토록 할 것" 이라며 슬쩍 책임을 떠넘겼다.

결국 관련국들이 나몰라라 책임공방에 열을 올리자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외신들은 "평소 난민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주장하던 국가들이 실제로 난민문제에 연루되자 차갑게 등을 돌리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가 아니냐" 라고 꼬집었다.

◇ 난민 입장=대다수가 아프가니스탄인들인 난민은 현재 호주 본토에서 1천5백㎞ 떨어진, 호주령 크리스마스섬 앞바다에 정박한 채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호주행을 요구하고 있는 이들은 임신부 4명과 어린이 43명을 제외한 3백91명이 식량과 식수를 계속 거부하며 "만일 이 선박이 인도네시아로 되돌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바다에 뛰어들 것" 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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