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식 미사일에는 미국 MD도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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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가 북한 등 이른바 '불량국가' 의 조악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결정적인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스는 무기 전문가들이 이같은 사실을 오래 전에 지적했으며 국방부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별 대책없이 MD체제 추진을 강행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북한.이라크.이란 등이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초보적인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은 탄두가 스핀 회전을 하지 않고 좌.우, 앞.뒤로 불규칙하게 구르면서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러시아 등 무기 기술이 발달한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미사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스핀 회전을 하도록 탄두를 설계하고 있으나 북한 등은 아직 이런 기술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탄두가 스핀 회전을 하지 않으면 목표 지점에서 수십㎞ 정도 벗어난 곳에 떨어질 수 있지만 방어하는 측이 모조 탄두와 진짜 탄두를 쉽게 구별하지 못한다는 '의도하지 않은 장점' 을 가지게 된다.

통상 진짜 탄두와 달리 모조 탄두는 스핀 회전을 하지 않아 레이더가 이를 기준으로 많게는 10여개씩 섞여 날아오는 모조 탄두를 구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등의 미사일이 스핀 회전을 하지 않을 경우 현재 미국이 보유한 레이더가 수십초 안에 진짜 탄두를 골라내지 못해 공중 요격에 실패할 확률이 크다.

뉴욕 타임스는 국가미사일방어(NMD)계획에 참여했던 제리 카벤더가 1994년 이같은 점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는 등 국방부 내부에서도 조악한 미사일 문제가 논의됐으나 "해결하기 힘든 문제" 라는 이유로 무시돼 왔다고 보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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