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빛 쓰라림으로 쓴 중국증시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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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쓰린 기억이 있습니다. 중국 주식시장 투자가 바로 그 것입니다.

2007년 여름에 중국 주식을 샀습니다. 우량주 중국알루미늄 주식이었지요. 당시 35위안 정도 했습니다. 30만 위안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환율로 치면 4200만원 정도 됩니다. 상하이 특파원 시절 데리고 있던 직원 계좌를 통해 샀지요.

중국에서 주가가 엄청나게 뛰던 때였습니다. 한동안 오르더군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요. '그래, 역시 난 중국경제 전문가야...' 내심 흡족해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 해 말 주가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속절없이 떨어지더군요. 매각시점도 놓쳤습니다. 못견디겠더군요. '아, 역시 나는 안돼...'라는 절망감을 맛봐야 했습니다. 결국 12위안 정도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겨우 1000만원 정도 건졌습니다. 피값은 돈, 완전 피봤습니다. 니가 중국 전문가라고? 어디다 얘기할 수도 없는 챙피한 일이었습니다.

2008년 3월, 그 절망감을 달래려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블로그에도 여럿 소개 됐었고요.
그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습니다.

'중국주식 콘서트'라는 제목입니다
디테일의 힘'을 펴낸 올림출판사가 만들었습니다.

돈을 떼이니 오기가 발동하더군요. 이 참에 중국 증시를 분석해보자. 나와 같은 사람이 더 이상 나오지 말도록 하자. 그렇게 시작됐던 글입니다.

실패의 쓰라림으로 시작했지만, 희망으로 끝 냈습니다.
글 쓰는 과정이 즐거움이었습니다.
이제는 중국증시를 조금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주식 투자로 돈 좀 까먹었지만, 얻은 게 더 많습니다.

더이상 창피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게 썼습니다.
소설보다 더 재미있는 중국 주식시장 이야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값이 없으신 분은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주세요.
제 인세를 털어서라도 드리겠습니다.

오늘 여기에 그 서문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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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 사는 주부 K씨는 참으로 알뜰한 주부다. 콩나물 한 다발을 살 때도 억척스럽다 할 정도로 깎고, 할인권을 꼭꼭 챙겨 기어이 싸게 사고야 만다. 2008년 가을, 그가 찬거리를 사기 위해 농협 하나로 마트에 들렀다. 이리 저리 콩나물을 뒤집던 그는 갑자기 집었던 콩나물을 냅다 던진다. 울컥 속이 상해서다.

'100원 아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내가 참으로 바보다. 차이나 펀드가 망가져 1년도 안 돼 3000만 원을 손해 봤는데, 그깟 100원 아껴 뭣 하겠느냐? 펀드만 생각하면 소리라도 지르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

그의 한 숨이 깊다.

누가 선량한 주부를 울렸을까?

일산 주부 K씨는 2007년 전국을 강타한 차이나 펀드의 희생자다. 당시 증권사들은 ‘중국 경제성장의 과실을 따러 가자’며 투자가들을 끌어 모았고, 많은 개미들이 차이나 펀드에 ‘몰빵’투자를 했다. 한동안 성공하는 듯 했다. 2005년 6월 1000포인트에 머물던 상하이 증시가 불과 2년 사이 6000포인트까지 치솟았으니 말이다.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더 많은 이들이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 중국증시로 달려갔다. 일산 주부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내가 투자한 돈이 어느 시장에 투자됐는지, 어느 종목을 사들였는지는 관심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중국 주가가 오르고 있고, 그래서 내 펀드 통장은 하루하루 부풀어 오르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취해있었다.

그러나 축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말 꼭지를 쳤던 상하이주식은 2008년 들어 급기야 폭락하기 시작했다. 롤러코스터였다. 화끈하게 오른 주식, 떨어질 때는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 폭락 장세에서도 일부 국내 증권사는 ‘결국 믿을 곳은 중국뿐’이라며 차이나 펀드 팔기에 바빴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 상황에서 개미들은 증권사 광고만 믿고 차이나 펀드에 또 가입했다.

결과는 반의 반토막이었다. 펀드는 손 쓸 틈도 없이 쪼그라들었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개미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2009년 중국주식이 회복세를 보여 투자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했다고는 하지만, 중국증시 폭락이 할퀸 상처는 여전히 많은 투자가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증권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은 ‘투자는 결국 투자가 개인의 책임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교과서에 나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렇다고 중국정부를 탓할 텐가? 턱도 없는 소리다. 결국은 내 탓이다.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내가 가입한 차이나펀드가 어느 시장에, 어느 종목에 투자되는 지도 알지 못했다. 중국증시가 어떤 구조를 갖고 있고,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묻지마’투자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어제의 일에서 내일의 지혜를 얻고, 과거에 대한 반성(反省)에서 발전이 있는 법.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맹목적인 중국투자가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았으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반성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차이나펀드 폭락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다. 투자가들은 최소한 중국증시의 구조는 알아야 하고, 에널리스트들은 그래프에만 매달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중국경제를 꿰뚫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상하이증시는 장기적으로 상승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2009년 3200포인트로 끝난 상하이주가는 시기상의 문제일 뿐 10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다. 시장 구조가 개선되고 있고, 시장 체질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준비가 되어있지 않는 사람에게 어찌 기회가 오겠는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몰라서 당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중국주식시장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고, 증시 플레이어들의 속성을 알아야 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챙겨야 한다. 알아야 돈도 벌 것 아닌가?

이 책을 출판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내 돈이 투자되는 중국주식시장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종목을 사고, 언제 팔라는 등의 단순한 투자지침서는 아니다. 상하이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그들의 증시 운영 철학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어떤 인물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지도 관심사이다. 증시의 껍데기가 아닌 속을 보자는 것이다.

차이나펀드에 투자하지 않았으니까 나와 중국증시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중국경제와 상하이증시를 모르고 서는 우리나라 경제와 증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오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 증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증시 중 하나가 바로 상하이 시장이다. 상하이 증시의 작은 움직임이 국내 증시에는 ‘차이나 쇼크’로 전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증시 모든 종목은 이제 중국관련주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대한민국 대표주 삼성전자 역시 때로는 ‘중국관련주’로 분류되지 않는가? 한국증시와 중국증시는 지금 숙명적인 커플링(Coupling.동조화)단계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중 경제협력의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에게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이후 세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속도와 깊이로 경제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양국 경협의 시작은 제조업 협력이었다.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제3국으로 수출하는 생산 분업이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은 우리 기업에 ‘제2의 내수시장’이기도 했다. 많은 제품이 중국 소비시장을 노리고 만리장성을 넘었다. 그게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협 패러다임 변화였다.

생산분업과 시장공유, 그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자본시장 교류다.

양국 자본교류의 시작은 2005년 하반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차이나 펀드였다. 많은 국내 투자자금이 홍콩증시에 투자됐다. 그렇게 시작된 중국증시 투자는 QFII(적격외국기관투자가)를 통해 대륙시장의 A주에까지 이르게 됐다. 투자자금은 거꾸로도 흐른다. 중국 돈이 QDII(적격내국인기관투자가)를 통해 이미 한국증시에 투자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기업이 한국증시에 상장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자본시장 교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 책은 그 구체적인 얘기를 풀어나게 될 것이다.

증시는 한 나라 경제의 축소판이다. 증시를 알면 그 나라의 경제를 알게 되어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증시를 통해 중국경제를 이해하자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취지다. 증시설립 과정을 통해 경제개혁의 역사를 훑어보고, 증시 동향을 통해 거시경제를 개괄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증시와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의 활약을 통해 중국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파고들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세계 최대 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계획을 차분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뉴욕시장이 더 크고, 뉴욕시장 주가동향이 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지만 5년 후에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상하이 증시가 뉴욕시장을 위협하고, 상하이증시가 세계 주가동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다. 투자의 귀재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메니지먼트 회장은 “앞으로 3년 내 중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블룸버그 2009.7. 18). 뉴욕증시의 3분의1수준에 불과한 상하이증시가 3년 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베이징 진룽지에(金融街)나 상하이 푸둥(浦東)를 방문해 보시라. 뉴욕증시에 도전하는 상하이증시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In'원칙을 지켰다. Interesting(흥미), Insight(통찰력), Information(정보)이 그것이다. 자고로 모든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필자의 글쓰기 지론이다. 가급적 재미있게 썼다. 그렇다고 허구를 쓴 것은 아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구성이요, 지표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꼭 필요한 도표와 사진을 넣었다. 중국증시의 태동에서 미래 발전 전망에 이르기까지, 증시를 구성하는 여러 주식 형태와 기업 등을 보여주기 위해 치밀하게 스토리를 짰다.

많은 글은 필자가 관리하고 있는 블로그(blog.joins.com/woodyhan)에 실었던 내용을 수정하고, 첨가한 것이다. 블로그를 아껴주신 많은 독자들의 성원이 있었기 이 책이 가능했다. 증시연구와 블로그 관리에 도움을 준 유상철 중앙일보중국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

독자 여러분이 중국자본시장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이 책은 성공한 것이리라. 아울러 중국자본시장 연구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독자 여러분들의 거친 반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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