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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스펙 어떠세요?] 고교생 3명, 포스텍 입학사정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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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입학사정관 전형에 모의지원한 이다경·고요한·권태진 학생(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모의면접 평가를 맡은 김동석·김찬재·권성철사정관(왼쪽부터). [김경록 기자]

포스텍은 올해도 모집인원 300명 전원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업능력’, 즉 교과성적이다. 지난 5일 포항 지역 수험생 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면접에서 입학사정관들은 “국어·영어·수학·과학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교과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1단계 서류평가도 통과할 수 없다”며 “경시대회 참가 등 비교과 활동은 수학·과학 분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를 보는 잣대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는 손성익(45) 입학사정관 실장과 김찬재(65)·김동석(44)·권성철(33) 사정관이 참석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경시 참가 줄이고 수학 외 과목도 신경을”

고요한군은 1학년 때부터 교내외 수학경시대회에서 꾸준한 수상 실적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국제수학올림픽 한국대표선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지난 1월에는 한국수학경시대회 장려상을 받았다. 그러나 사정관들은 “국제올림피아드 최우수상·금상을 제외한 수상실적은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며 “학교 예선을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참가했기 때문에 ‘실적 쌓기’에 얽매였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시대회 실적을 쌓는 데 치중하다 보니 국어·영어·과학 과목 내신성적이 3~4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수학과목 공부에만 편중됐다는 것도 고군의 문제다. 손성익 실장은 “수학과 과학만 잘 하면 포스텍에 들어올 수 있다는 건 오해”라며 “지난해 합격생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수학·과학 1등급, 국어와 영어도 2등급 이내를 유지했다”고 말했다. 단, 수학·과학과목이 전교 1% 내를 유지한 경우 국어와 영어성적이 약간 떨어져도 합격할 수 있었단다. 김동석 사정관은 고군에게 “지금부터라도 경시대회에 참가하는 횟수를 줄이고, 3학년 1학기 내신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성적 하향세 이유 설명할 수 있어야”

이다경양은 2학년 1학기까지 수학·과학·영어 1등급대의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2학년 2학기에는 과학과 영어성적이 3등급으로 떨어졌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양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는 아버지와의 갈등 때문에 학업에 소홀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권성철 사정관은 “같은 성적대라도 성적이 하향세일 경우 성실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며 “우선 3학년 1학기 국어·영어·수학·과학 성적을 1등급대로 올리고, ‘2학년 2학기 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지만, 나만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논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3학년 1학기 성적에 따라 1단계 통과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이양은 면접 내내 열정을 피력하지 못했다. 사정관들은 “생활기록부에는 화학과 관련한 많은 서적을 읽으며 화학자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돼 있는데, 면접에서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대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 사정관은 “과학영재교육원을 수료한 학생은 많다. 큰 강점이 될 수 없다”며 “차라리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화학자가 되겠다는 꿈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계 조기졸업생 합격비율은 3.6%”

올해 학교에 조기졸업을 신청한 권태진군. 그는 “조기졸업을 했을 경우 좀 더 빨리 대학수업을 받을 수 있고, 대입에 한번 실패해도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 1년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독학으로 수학·과학과목을 별도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군의 1학년 성적은 영어 5등급, 국어 5등급이다. 김찬재 사정관은 “지난해 일반계고 출신 조기졸업자 합격생은 11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국어·영어·수학·과학 모두 1등급이었고, 2등과 차이가 큰 전교 1등 학생들이었다”며 “권군의 성적으로는 1단계 통과가 힘들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전공과목의 대부분을 영어로 수업한다. 손 실장은 “입시에서는 공인 외국어성적을 요구하지도, 전형요소로 활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영어교과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입학사정관들은 ‘수업을 따라갈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권군의 경우 영어교과 성적을 1등급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사정관들은 권군에게 “무리하게 조기졸업을 하지 말고, 3학년까지 다니면서 최상위권의 교과성적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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