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앙일보

입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롤 원작, 존 테니얼 그림, 로버트 사부다 만듦
홍승수 옮김, 넥서스주니어, 3만8000원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제목 만큼이나 기묘한 책이다. 도무지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엉뚱한 사건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아이들은 물론 성인, 학자들까지 열광시킨다. 그 열광의 이유도 제각각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재미있다”는 것이고, 학자들은 “이야기 속에 숨겨진 풍부한 비유와 철학적 관념”을 든다. 수학 교수였던 저자가 팬터지를 쓴 것만큼이나 모순적이다.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그 모호함과 모순 자체에 있다고 보는 게 옳겠다.

‘팝업북’(입체 그림책)의 대가 로버트 사부다가 제작한『…앨리스』는 이런 원작의 매력에 보는 재미를 더했다. 책장을 펼칠 때마다 쉼없이 튀어 오르는 정교하고 풍부한 입체 그림은 경탄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원작 자체의 기묘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갑자기 커진 앨리스의 몸이 창문과 굴뚝을 통해 삐져 나오는 장면이나 카드들이 공중으로 솟구쳐 흩어지는 마지막 장면의 팝업이 특히 그렇다. 앨리스가 자신이 흘린 눈물 속에서 팔다리를 흔들며 헤엄치는 모습이나 버섯을 먹고 목이 길쭉하게 늘어나는 장면을 재현한 부분에선 특유의 재치가 느껴진다. 만화경 같은 장치를 통해 이상한 나라 속으로 추락하는 앨리스를 직접 보게 만든 것도 아이들을 즐겁게 할 만한 요소다. 사부다의 팝업북은 그간 원서 그대로 국내에 반입돼 유통되기는 했지만 번역 출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린이 책으로는 가격이 만만찮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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