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왕언니' 이영은씨 명물로 떠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북대 학생과 교수들은 악기등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멀리 떨어진 강의실로 이동할 때마다 '왕언니' 를 수소문하느라 분주하다.

1t짜리 자가용 화물트럭을 몰고 캠퍼스를 누비며 아낌없이 은혜(?)를 베푸는 한 여학생을 찾는 모습이다.

'왕언니' 란 별명으로 통하는 이 학교 음악과 2년 이영은(李永恩.24.여.사진)씨.

李씨는 올해 초 기름값.자동차세 등을 절감하기 위해 승용차를 트럭으로 바꿔 타고 나타났다. 오가는 길에 만나는 학생들을 함께 태워다니기 시작한 게 악기 운반에 애를 먹고 있는 같은 과 학생 등에게 인기를 끌면서 李씨의 신세를 지는 사람이 급증, 어느새 학교 명물로 떠오를 만큼 인기 '캡' 이 됐다.

등.하교 때나 점심시간에 친구나 선.후배들을 태우고 다니는 것은 물론 학우들이 하숙방.자취방을 바꿔 이사하거나 동아리 야유회 등에도 도타운 인심을 쓰고 있다.

李씨는 "지난해까지는 승용차를 탔는데 유지비가 너무 많이 들어 2월에 8백여만원을 주고 트럭을 구입했다" 며 "한달에 6만원이면 족하고 여러가지로 친구들에게 도움을 줘 좋다" 고 말했다.

캠퍼스에서는 李씨의 트럭이 지나갈 때면 동료 학생들은 차를 얻어타기 위해 길을 가로막고 서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李씨는 "남들의 시선이나 체면에 구애받지 않고 졸업 때까지 트럭을 몰고 다니겠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