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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의 장수 브랜드] 오양 맛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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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맛살의 원료인 명태는 1980년대만 해도 한 해 20여만t이 국내에 들어오는 등 풍부했다. 생명태를 그대로 팔면 t당 500달러 정도를 받았지만, 가공해 제품으로 만들어 팔면 3000달러 이상을 받았다. 그래서 오양수산의 고 김성수 회장(1922~2007)은 일본에서 인기 있던 게맛살 생산에 눈을 돌렸다. 당시 간헐적으로 수입되던 일본 게맛살은 250g 한 봉지에 1만2000원이라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오양수산은 81년 고려원양에서 인수한 5400t급 트롤선(저인망어선)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선상 가공시설을 갖췄다. 맛있는 맛살을 만드는 데는 잡은 직후 가공해 냉동한 명태가 필수적이었다. 명태를 잡은 자리에서 가공해 묵 상태의 연육으로 만든 뒤, 실처럼 뽑아 여러 결을 뭉쳐 압축하면 게살 모양이 나온다. 여기에 향을 추가하면 맛살이 완성된다. 국내 기술로 생산된 ‘오양맛살’이 82년 250g에 15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에 출시되자 소비자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초기엔 실제 게살로 착각하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게맛살은 샐러드·김밥·꼬치튀김 등 각종 요리 재료로 애용됐다. 게맛살이 인기를 끌자 사조산업·대림수산·진주햄·삼호물산·한성기업·동원산업 등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졌다. 오양수산은 그 와중에서도 85년 경기도 안성 공장을 새로 준공하고, 3년 뒤엔 라인당 하루 150㎏의 맛살을 생산해 내는 생산 라인을 25개까지 늘리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경쟁 격화와 원유값 상승, 경영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 등으로 오양수산은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결국 김성수 회장은 타계 직전인 2007년 “오양 브랜드를 지켜달라”는 당부와 함께 회사를 사조그룹에 넘겼다. 오양수산은 지난해 사조오양으로 회사 이름이 바뀌었지만 맛살 제품은 여전히 오양 브랜드로 팔리고 있다.

2008년 사조그룹이 소비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최근 어떤 브랜드의 맛살을 구매했나’란 질문에 50% 이상이 ‘오양맛살’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오양맛살의 실제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다. 소비자들이 다른 회사의 맛살을 사면서도 이를 ‘오양맛살’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게맛살의 대명사는 역시 오양맛살’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 회사 측 해석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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