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하나마나한 거주자 우선 주차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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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동네에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시작된 지 1년 남짓 됐다. 이 제도는 동네 골목길의 주차공간을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것이다. 주민 편의를 도모하고 주택가 이면도로의 주차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도입됐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요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차구획은 텅 비어 있는 반면 도로와 차고 앞 등은 차들로 늘 만원이다.

우리 동네 골목길은 주차구획을 빼고도 차 두대가 서로 오갈 수 있을 만큼 넓다. 그러나 지금은 주차구획이 아닌 곳에 무질서하게 주차하는 차들 때문에 운행하던 차가 길 중간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은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시행된 후 구청이 주차구획 이용권을 사지 않는 승용차가 주차구획에 주차하는 경우에만 불법주차로 단속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우리 집 차고 앞에서 이틀째 꼼짝하지 않는 차가 있어 관악구청 교통과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는 "주차구획 안에 있는 차가 아니면 견인할 수 없다" 고 말했다. 내가 "동네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 하자 담당자는 "그런 곳이 한두 곳이냐" 며 반문했다.

전에는 주민들이 골목에 그려진 주차선 안에 차를 대기 위해 애썼다. 그런데 이제는 주차구획 이외의 빈 공간에 차를 대기 위해 노력한다. 돈내지 않고 주차하느라고 동네가 온통 북새통이다. 어떻게 이런 제도가 운영되는지 모르겠다.

양진희.서울 관악구 남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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