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왜이러나] 답방 조급증이 화 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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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자 일부의 '일탈' 로 빚어진 이번 파문은 치밀하지 못한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지나치게 매달리다 보니 북한의 입장을 살피지 않을 수 없게 되고, 결국 무리수를 두어 스스로 화(禍)를 불렀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조급증은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게 하고, 우리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게 한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 조급한 정책 결정=통일부가 남측 대표단의 방북을 서둘러 허가한 데는 북한 눈치보기 측면이 강하다. 대표단의 방북을 바라는 북한 입장을 무시하면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들이다.

이번 방북 허가 과정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결정된 불허 조치가 불과 몇시간 만에 승인으로 바뀐 것이 이를 방증한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를 꿰뚫어보지 못한 점도 도마에 오른다.

이동복(李東馥)명지대 초빙교수는 "이번 행사 때 벌어진 소동은 원래 예견된 일이었다" 며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 초청을 행사 선전용으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자꾸 대화를 보채다 보니 북측이 이번에 이를 교묘히 이용한 것" 이라고 풀이했다.

김영수(金英秀)서강대 교수도 "심하게 말하면 이번에 북한이 남한의 민간단체들을 가지고 논 셈이 돼버렸다" 며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과 단체를 너무 많이 보낸 것도 문제" 라고 지적한다.

◇ 남한 내의 시각차도 문제=이번 민족대축전 행사 파문은 통일 문제에 대한 남한 내부의 인식차를 보여준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핵심은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이다.

'연방제 논의' 를 주장하는 통일연대측 주장을 '큰 흐름에선 한번 겪어야 할 과제' 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 그 폭발성으로 인해 대북 포용정책을 뒤뚱거리게 만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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