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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통해 본 중국반환직전 홍콩 '리틀 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프루 챈은 제작비 6천만원짜리 데뷔작 '메이드 인 홍콩' (1997년) 한편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이 됐다.

그 해 왕자웨이(王家衛)의 '해피 투게더' 를 제치고 홍콩 금마장상을 수상했고, 로카르노 영화제에선 심사위원 특별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평단으로부터 실험적인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는 그는 가장 홍콩적인 소재를 갖고도 집요한 비판정신을 통해 세계인이 공감하는 영화를 만드는 재능을 지녔다.

'리틀 청' 은 '메이드 인 홍콩' '그 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 (98년)와 함께 프루 챈의 '홍콩 반환 시리즈 3부작' 을 이루는 영화다. 세 작품 모두 중국 반환 이후 홍콩에 드리운 불안을 그리고 있다.

아홉 살 어린 나이에 돈이 꿈이요 환상인 소년, 미래란 것을 알아버렸지만 깜찍함과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년 리틀 청(유 유에밍). 주스를 배달하는 일이 공부보다 중요하고 외상은 절대 사절인 소년 앞에 또래의 불법 이민 소녀 팡(막 웨이판)이 나타난다. 청은 팡에게 배달 일을 동업하자고 제안한다.

중국으로 넘어가는 홍콩은 초조하다. 하지만 그 속의 소년과 소녀는 그런 어른들의 걱정은 아랑곳없다. 돈을 벌겠다는 마음(소년)과 홍콩 시민이 되겠다는 꿈(소녀)만이 소중할 뿐이다.

불안에 찬 홍콩에 정면으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아이의 눈을 빌린 프루 챈의 선택은 그대로 적중했다. 아이들의 눈에 잡힌 홍콩의 역사적 상황이나 서민의 삶이 감독의 집요한 비판정신을 만나 오히려 더 투명하게 속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저분한 뒷골목과 가난한 사람들의 한숨이 흔들리는 듯한 카메라에 거침없이 담겨 있지만 꼬마들이 커가며 겪는 성장통은 홍콩의 방황과 여러모로 견주어 볼 만하다.

꼬마 청과 팡, 필리핀 보모 등 비전문 배우들의 연기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사실적인데 바로 거기서 '리틀 청' 의 생기가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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