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논단] 과거로 뒷걸음 치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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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아시아국가들은 언제쯤이나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이 독일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버린 것 같이 일본에 대한 두려움을 접을 수 있을 것인가. 몇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낙관적이었다.

일본 총리는 한국 대통령에게 역사적 과오를 사죄했고 일본은 과거에 대해 더욱 솔직하고 정직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본은 뒷걸음질 쳤다.

일본의 추악한 과거를 왜곡.날조한 역사교과서가 공식 검정승인을 받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는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마련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함으로써 동아시아 전역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는 당초 계획(15일)보다 이른 13일 조용히 참배함으로써 반발을 완화하려 했다. 그러나 독일의 지도자라면 나치주의자들을 공식.비공식을 막론하고 어떤 날이든간에 추모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일본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은 이웃나라들의 불안감에 계속 불을 지피고 있음에도 국제 안보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도는 여전히 실망스러울 정도로 미미하다.

미.일동맹 구축은 올해 50주년이 된다. 따라서 일본은 미래의 세계안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미 고무적인 첫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대선 유세 와중에 동맹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부시 행정부의 일본문제 특급참모인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동맹 강화를 제안한 보고서를 집필했다. 불행하게도 아미티지와 보고서 공동 집필자들은 미.일 동맹관계 설정모델을 미.영 동맹관계에 맞춤으로써 너무 나가버렸다. 이런 비현실적 목표는 동아시아에서 일본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킬 것이다.

핵무장국가인 영국은 자주적 군사행동의 역사를 경험했기 때문에 일본에는 적절한 모델이 아니다.

대신 일본과 미국은 미.독 동맹관계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

우선 독일은 일본보다 훨씬 철저하게 자국역사를 다뤘다. 독일에선 과거사 왜곡이나 전쟁 희생자들의 분노를 묵살하는 행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독일은 또 유럽체제에 스스로 통합되려고 노력했으며 정책과정을 투명하고 접근 가능하게 하고 국력 증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1990년 10월 동.서독 통일 당시 독일은 유럽연합(EU)과 EU의 외교.안보정책을 지지함으로써 통일된 독일이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임을 이웃국가들에 확신시켰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자국의 안보 정책 및 군사활동의 위치를 정하기 위해 아시아판 나토나 EU를 갖고 있지 않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그리고 미국의 후원 아래 역내 제도들을 공고히 하고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의 핵심부분은 인도적 평화유지 목적을 위한 다국적 군사활동을 더욱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될 것이다.

G 존 이켄베리 <조지타운대 교수>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연구원>

정리=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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