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히딩크號 이제까지 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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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 희망은 있는가' .

16일 새벽 한국 축구 대표팀은 체코에 0-5로 참패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위인 체코와 평가전을 치른 한국은 체코의 힘과 높이를 견디지 못했다. 후반 투입된 체코의 바라넥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이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와 좌절감에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경기 후 히딩크 감독과 선수는 물론 대한축구협회에 가시돋친 목소리가 쏟아졌다.

◇ '무책임' 히딩크

"기본적인 전술과 베스트 멤버를 확정하지 않고 언제까지 테스트만 할 참인가" 라는 게 축구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히딩크는 부임 초기 '선진형 전술' 이라며 포백을 도입했다가 어느새 이를 슬쩍 걷어버리고 스리백으로 바꿨다가 이번 유럽 원정에서는 또다시 포백으로 전환했다. 선수들은 수시로 바뀌는 전술에 적응하지 못해 허둥댔다.

히딩크는 새 얼굴을 발굴한다며 8명을 처음 대표팀에 선발했다. 그러나 한종성.전우근.김재영 등은 그라운드도 제대로 밟아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러고도 히딩크는 올해 말까지 새 선수를 계속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는 무릎 치료를 핑계로 수시로 자리를 비우고 네덜란드에 머물렀다. 한 달 휴가도 모자라 장모상을 핑계로 모두 40여일을 외국에 머물렀다. 그러고도 다시 보름간 더 있겠다며 네덜란드로 떠났다. 히딩크가 과연 '학업' 에 뜻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 '무기력' 선수들

축구인들은 언제부턴가 한국축구의 '장점' 이었던 투지와 끈질긴 정신력이 실종됐다고 한탄한다. 1986년 월드컵 이탈리아전이나 94년 독일전 등 끝까지 세계 정상권 팀을 괴롭혔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무대책' 축구협회

거액을 들여 '세계적인 거장' 히딩크를 모셔온(?) 축구협회는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뒤바뀐 느낌이 들 정도로 히딩크에게 저자세로 일관했다. 장기 휴가 등 히딩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 때마다 그를 비호하기에 급급했다.

트루시에 감독을 끊임없이 압박해 '딴 생각' 을 못하도록 한 일본축구협회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기술위원회도 히딩크 감독의 '거수기' 역할에 그쳐 제 몫을 못하고 있다.

축구인들은 "히딩크가 하루빨리 베스트 멤버와 전술을 확정해 조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며 "축구협회도 히딩크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고 지적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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