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맛기행] 가수 김원중의 '선지국비빔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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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빔밥 하면 ‘전주 비빕밥’이 쉽게 떠오르지만 전남 함평의 선지국 비빔밥도 그에 못지 않은 별식이다.그중에서도 전남 함평읍 5일장에 문을 여는 ‘화랑식당’의 것이 첫째 둘째 손가락에 꼽힌다.

1947년부터 이 식당을 운영한 김남순(73)씨에 이어 10년 전부터는 딸 정덕님(40)씨가 식당을 맡고 있다.반(半)백년 동안 지켜온 진미(眞味)가 그만이다.

“얼라.맛있는 음식 즐기기라면 나도 빠지지 않는디,내가 여태까지 왜 이 맛을 못봤지?”

공연차 전국 각지를 다니며 별미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한 ‘바위섬’‘직녀에게’ 등의 가수 김원중(42)씨.몇 숟가락을 뜨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맛이 끝내주네요”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주인 모녀의 설명을 듣고 나니 역시 감칠 맛의 비결은 정성에 있었다.

우선 밥은 직접 농사지은 벼를 방아로 찧은 쌀로 짓고 고추장도 손수 담가서 쓴다.그릇은 보온이 잘 되는 놋쇠 유기를 사용하고,밥을 손님에게 낼 때에는 찜통에 다시 한번 데워서 담는다.

아침에 삶아 둔 콩나물과 잘게 썰어 놓은 호박 역시 뜨거운 선지국물에 데쳐 부드러운 쇠고기 육회와 함께 밥 위에 얹는다.

보통 비빔밥과 달리 따끈따끈하고 퍽퍽하지 않으며 밥과 나물들이 따로 놀지 않는 비법이 여기에 있다.참기름도 매일 사용할 만큼 짠 것을 아낌없이 치고 깨소금도 2∼3일에 한번씩 직접 볶아 얹는다.

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즐기려면 따로 상에 오르는 돼지비계 채를 넣어 비비면 된다.주인 정씨는 “비계를 삶아 가늘고 길게 썰어서 다시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씻어 기름기를 적당히 빼면 비빔밥에 고소한 맛을 더해 준다”고 설명했다.

선지 국물은 왕소금 간과 마늘 양념만 했기 때문에 그 맛이 개운하고 시원하다.

반찬은 묵은 김치 ·겉절이 ·무채 김치 ·양파 김치 ·열무 물김치 등 김치 다섯가지만 상에 오른다. 특히 2년간 묵혀 약간은 군내가 나는 묵은 김치의 맛이 일품이다.

비빔밥 한 그릇에 5천원.반지르르 윤이 나는 쇠고기 생고기 ·육회(각각 2만원)도 별미다.

061-323-6677.

함평=이해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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