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8 · 15 경축사에 담긴 뜻] 영수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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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화정치를 복원하고 민생과 경제를 위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민주당 田溶鶴대변인)

"과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성공적인 회담이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 (한나라당 權哲賢대변인).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의한 영수회담에 대해 여야는 일단 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면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 "야당에 줄 선물 마련 중" 〓민주당은 15일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의 제의에 성의있게 답해 진정한 국민 우선 정치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고 촉구하면서도 내심 성사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이회창 총재가 거부할 이유와 명분이 없지 않으냐" 며 "문제는 야당에 어떤 선물을 줄 것이냐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당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그 윤곽을 잡아나갈 것" 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회창 총재가 싱가포르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21일 이후에 회담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 "이용만 당할까 걱정"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새벽 자택에서 영수회담 제의에 대한 보고를 받고 즉시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회의에서 李총재는 "여야 영수회담은 실질적인 성과를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 무작정 만나기만 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며 "오늘 金대통령의 경축사를 볼 때 과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걱정" 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과거에도 영수회담 후 뒤통수를 맞는 불쾌한 기억들이 대부분" 이라며 "언론사주 구속 등 여야의 극한 대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잘못하다간 저쪽의 정치적 모양 갖추기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4천3백만 국민 앞에서 '李총재와 얘기하겠다' 고 한 이상 우리가 회담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와 관련,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회담을 하면 민생 문제에 대한 특단의 조치와 김정일 답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의제를 ▶민생.경제▶남북 문제▶언론 탄압 등으로 압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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