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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 '하나와 앨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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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년 전 히트한 '러브 레터'.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오겡키데스카'(잘 지내세요?)란 대사는 생생할 것이다. '하나와 앨리스'가 성공한다면 '워 아이 니'(중국어로 '사랑해')가 유행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속마음을 바로 전할 수 없는 순간 '아이 러브 유'보다 상대가 무슨 뜻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워 아이 니'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얘기가 곁길로 샜다. '하나와 앨리스'는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신작. '러브 레터'에서 기억과 사랑이라는 흔한 소재를 가슴 저미는 영상으로 빚어냈던 감독은 이번에도 동일한 소재를 한층 새로운 방향에서 접근했다. 주인공을 여고 1학년으로 끌어내리며 순정만화 색채를 강화한 한편 기억상실증이란 묵중한 아이템을 오히려 코믹하게 다뤄 누구나 부담없는 즐기는 로맨스를 연출했다.

'하나와 앨리스'는 학교 1년 선배 미야모토(기쿠 도모히로)를 둘러싼 발레반 단짝 친구 하나(스즈키 안)와 앨리스(아오이 유우)의 사랑 얘기가 축이다. 겉만 보면 그저 그런 삼각관계 같지만 감독은 여기에 기억상실증이란 진부한 소재를 참신한 방식으로 요리해 뒷맛이 상큼하다.

미야모토를 짝사랑하는 하나. 그는 만담 대본을 읽으며 길을 걷다가 건물 셔터에 부딪쳐 기절해 깨어나는 순간 미야모토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미야모토는 하나의 말을 그대로 믿고, 하나 또한 거짓말을 사실로 굳히기 위해 둘도 없는 친구 앨리스를 '증인'으로 끌어들인다. 이후 연속되는 '거짓말 게임'. 영화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사랑의 열병과 절망을 감각적 영상으로 낚아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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