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마을 농작물 야생동물 피해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멧돼지.고라니 등 야생동물 때문에 민통선 지역에서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9일 경기도 연천군 백학.왕징.신서.중면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민통선 일대에 야생동물이 많으면 열댓마리씩 무리지어 나타나 농작물을 마구 파헤친다는 것이다.

멧돼지.고라니 등은 논에 들어가 뛰어다니거나 뒹굴어 논농사를 망쳐놓는가 하면 옥수수.고구마.땅콩밭에 들어가 닥치는 대로 줄기 등을 먹거나 쓰러뜨려 놓기 일쑤다.

주민 최승엽(崔承燁.42)씨는 "젖소 사료로 쓰기 위해 민통선 안인 왕징면 작동리 6천여평에 심어놓은 옥수수 밭을 멧돼지가 파헤쳐 완전히 망가졌다" 며 "지난 4년 동안 이같은 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고 말했다.

농민들은 올 들어 1백여 농가에서 20만평 정도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피해의 두배가 넘는 것이다.

농민들은 농경지에다 말뚝을 박고 펜스를 치거나 보호망을 설치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백학면 석장리 이장 왕영남(王永南.44)씨는 "접적 지역에서는 수렵 허가를 받기 어려워 눈뜨고 야생동물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백학면 석장, 전동, 두현, 백령1.2리 이장들은 최근 연천군에 멧돼지.고라니 등에 대한 포획 허가를 요청했다.

연천군 관계자는 "피해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관할 군 부대.경찰과 협의해 이들 지역에 한해 수렵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고 밝혔다.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