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는 소규모 상가·주택, 안전 사각지대 방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재래시장내 상가나 다가구 주택 등 소규모 낡은 건물들이 '안전 사각지대' 에 놓여 있다.

지난 6일 발생한 서울 은평구 대조시장 내 2층 상가의 붕괴도 소규모 건물의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관계당국.건물주 등의 '안전 불감증' 과 허술한 제도가 빚어낸 사고였다.

현행 재난관리법상 연면적 1천㎡ 이하 건물은 '일반 건축물' 로 분류돼 안전진단 의무가 없다.

하지만 붕괴위험 등이 있는 소규모 건물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재난관리대상 건축물' 로 지정,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엄두를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서울시나 일선 구청은 소규모 낡은 건물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내 총 2백30만여동의 건물 가운데 지은 지 20년이 넘은 건물이 전체의 6.5%에 해당하는 15만여동 정도로 추산하고 있을 뿐이다.

은평구 관계자는 "우리 구에만 소규모 상가나 다가구 주택 가운데 노후상태가 심각한 곳이 수천 곳은 되는데 어떻게 일일이 점검을 나가느냐" 며 "민원인이 건물에 문제가 있다고 신청할 때만 현장 답사를 나가는 실정" 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무너진 대조시장 상가건물도 벽에 금이 가는 등 사고위험이 컸음에도 구청은 전혀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金모(60)씨는 "주변 건물 모두 30년 전에 지어져 금이 가는 등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구청은 점검 한번 나오지 않았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건물과 재래시장 등의 안전관리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무관심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대형 건물 위주의 관련법령 손질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산업대 정재희(鄭載喜.49.안전공학과)교수는 "붕괴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소규모 건물인데도 정부.지자체 모두 일손부족을 핑계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 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산하 시설안전기술공단 박구병(朴求秉.46)건축물안전부장은 "옆 건물과 비교해 한쪽으로 기울었거나 바닥 또는 천장이 밑으로 처지기 시작하면 건물 붕괴 위험이 높다" 며 "건물주나 지자체가 이같은 건물들에 대해 특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번 건물 붕괴사고를 계기로 지은 지 20년이 넘은 소규모 건물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키로 했다.

박지영.김선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