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참변 치킨집 주인 "이제 좀 살만하다 했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이제 겨우 희망을 되찾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이요, 여보. "

6일 사고로 부인 정해옥(44)씨를 잃은 건물 1층 치킨집 주인 김남열(42)씨는 어처구니 없는 재앙에 넋을 잃었다.

1980년에 결혼한 金씨 부부가 이곳에 10여평 규모의 치킨집을 연 것은 불과 2개월 전.

대기업 식당에서 조리사로 일하던 金씨는 99년 IMF 사태 여파로 직장을 잃자 궁여지책으로 대조시장에 소규모 치킨집을 열었다.

부부가 열심히 땀을 흘린 결과 돈이 조금씩 모였고 지난 6월 10평 규모인 이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그러나 이날 갑작스런 사고가 닥쳤고 이들의 꿈은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갑자기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밖으로 뛰쳐나가면서 돌아보니 아내의 머리 위로 건물 파편 같은 것이 무너졌습니다. 구하려 돌아서는 데 머리에 무언가를 맞고 밖으로 퉁겨져 나갔습니다. "

인근 청구성심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金씨는 병원에서 계속 "빨리 아내를 꺼내달라" 며 울부짖었다.

사고 현장에선 대학생.고교생인 두 딸이 붕괴 세시간여 만에 시체로 발견된 엄마를 보고 실신했다.

손민호.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