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위기 일본 야마하 10년만에 부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퇴출위기에 몰렸던 일본 전통기업 야마하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섣불리 뛰어들었던 컴퓨터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본업인 악기제조에 다시 힘을 쏟은 결과다. 야마하는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4백7억엔이었던 대규모 적자를 1년 만에 1백33억엔의 흑자로 바꿨다. 지난해 경영난으로 이시무라 가주키오 최고경영자가 사퇴해야 했던 수모를 1년 만에 말끔히 씻어낸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5일 이런 야마하의 성공을 10년 불황 속에 쇠퇴를 거듭해온 일본 전통기업의 '화려한 부활' 이라며 상세히 보도했다. 실제 올해 야마하의 실적은 주목할 만하다. 1년새 대형적자를 흑자로 바꿔놓은 데 힘입어 야마하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44%나 올랐다. 같은 기간 도쿄(東京)증시는 20% 가까이 하락해 야마하의 상승세는 더욱 돋보였다.

뉴욕 타임스는 야마하의 성공 이유로 우선 다른 일본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과감한 구조조정을 꼽았다. 연 24만대에 달하던 피아노 판매가 10만대로 떨어진 지난해초 새로 취임한 이토 수지 최고경영자는 전체직원의 11%인 1천여명을 감원했다. '회사〓집' 의 통념이 남아 있는 일본 전통기업으로선 이례적인 결단이었던 셈이다. 적자를 내온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버 사업도 즉각 정리했다. 컴퓨터 사업은 1991년 경기침체 때 남아도는 직원을 계속 고용하려고 새로 벌인 사업이었다.

집이 좁은 일본 주거형태의 특성을 이용, 헤드셋을 연결해 외부에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피아노.바이올린 등을 개발해 주종목인 악기 쪽에 회사 역량을 집중한 것도 성공요인이다. 야마하는 핵심기술과 이를 바탕에 둔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외길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소중한 교훈을 통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윤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