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복병' 급성설사…살모넬라 등 식중독 증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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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휴가지에서 돌아오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은 K씨(45).

아랫배의 심한 통증과 함께 몇번 묽은 변을 보았다. 바닷가에서 먹은 회가 잘못된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설사의 원인은 그가 우려했던 비브리오균이 아닌 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이었다.

여름철 급성 설사를 일으키는 식중독은 크게 포도상구균과 비브리오균.살모넬라균에 의해 발생한다. 포도상구균에 의한 설사는 식후 1~6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열이 없으면서 1~2일 안에 저절로 낫는 것이 특징.

반면 익히지 않은 생선이나 조개류를 통해 감염되는 비브리오균은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쳐 발병하며, 설사와 함께 복통.발열.오한을 포함한 구토증세가 나타난다. 간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어린이는 사망으로까지 할 수 있는 무서운 여름철 복병이다.

살모넬라 식중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식중독. 비브리오 감염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음식을 먹은 지 6~48시간 혹은 길게는 2주 후에 발병하기도 한다. 피가 섞인 물 설사를 하는 수도 있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박의련 과장은 "여름철 설사를 예방하려면 날 음식과 정수되지 않은 식수를 피하고 밖에서 돌아온 뒤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고 말했다.

기온과 음식물 부패의 상관관계를 알기 위해선 기상청이 예보하는 식중독지수를 참고하면 좋다. 기상청 홈페이지(http://www.kma.go.kr)로 들어가 '날씨' 항목에서 '생활기상정보' 를 클릭하면 식중독 지수가 뜬다.

여름철엔 세균이 원인이 아닌 설사도 흔하다. 여름철에 즐겨 찾는 맥주나 빙과류 또는 찬 음료가 원인이 되거나, 배를 차게만 해도 설사를 한다.

맥주나 카페인 음료가 대장의 운동을 지나치게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 설사의 원인. 대장의 빠른 운동이 수분 흡수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찬 음료에 의한 설사는 고농도의 단 음료가 대장을 지나면서 삼투압 작용으로 장의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 이런 경우는 한두 차례 설사를 한 뒤 증상이 가라앉는다. 같은 환경에 노출돼도 과민성 대장증후군 환자들은 증상이 심하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는 "대장의 운동을 지배하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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