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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en Teen 경제] 지주회사 (持株會社·holding company)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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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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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주(持株)는 ‘주식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그 회사 경영을 지휘·감독합니다. 여기서 다른 회사는 자(子)회사라고 부릅니다. 그 자회사가 또 다른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이는 지주회사한테는 손자(孫子)회사가 됩니다.

지주회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말 미국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담합 행위를 못 하게 정부가 규제하자 이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제도 개선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1980년까지만 해도 대기업 독점 등을 우려해 지주회사 제도를 금지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외환위기 때입니다. 외환위기가 있게 한 주범으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순환출자와 상호지급보증 등이 지목됐습니다. A회사가 B회사와 서로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를 상호출자, A회사가 자본금을 대서 B회사를 만들고 B회사에서 C·D 등의 회사에, 다시 A회사에 출자하는 것을 순환출자라고 합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빚보증을 서는 것을 상호지급보증이라고 하지요. 이러면 크게 힘 안 들이고 대기업이 한 울타리 안에서 덩치를 키울 수 있지요.

그런데 이게 문제가 됩니다. 서로의 지분 관계가 실타래처럼 묶여 있다 보니 한 대기업(흔히 ‘○○그룹’이라고 하지요)이 ‘운명 공동체’가 된다는 겁니다. 가령 A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면 멀쩡한 B회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그룹이 파산하기도 합니다. 또 대기업의 오너 경영인이 작은 지분을 갖고도 모든 계열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습니다.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 식으로 지분 구조가 단순해져 투명성이 높아집니다. <그림 참조> 자회사는 자회사대로 자기의 고유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우리나라는 99년 2월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고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83개(금융지주회사 10개 포함) 회사가 지주회사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한 대표적인 회사가 LG그룹입니다. LG는 2003년 3월 ‘주식회사 LG’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이 아래 LG전자·LG화학·LG텔레콤 등 자회사를 편입시켰습니다. LG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구상부터 준비·실행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주식회사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일은 이렇게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답니다.

그러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기업지배구조를 볼까요. 윗 그림은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를 출범하기 전후의 계열사 간 소유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왼쪽이 이전이고 오른쪽이 지주회사 체제 이후입니다. 어때요? 왼쪽은 복합한 미로 찾기 같지요? 지주회사로 전환한 다음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있던 지분 흐름이 몰라보게 단순해졌지요. 마치 깔끔하게 집수리를 했다는 느낌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주회사의 장점입니다. 소유지배구조, 그러니까 주식 소유의 흐름이 단순해 복잡한 순환출자 기업에 비해 투명성·책임성 차원에서 상당한 강점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굵직한 규제가 있습니다. 먼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200% 아래로 낮춰야 합니다(원래는 100% 이하였던 것을 2007년 4월 200%로 높여줬지요). 재무적으로 지주회사가 탄탄해야 그룹 경영이 안정적이라는 취지에서입니다. 또 지주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한 자회사는 20%, 비상장 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습니다. 금융과 산업을 분리한다는 ‘금산 분리’ 원칙에서 이런 규정을 둔 것입니다.

그런데 조만간 지주회사의 설립 조건이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자회사를 일반지주회사의 ‘우산’ 안으로 편입하는 것이 허용될 전망입니다. 다만 그룹 내 금융사 자산 총액이 20조원 이상이거나 금융사를 3개 이상 보유한 경우 중간에 금융지주회사를 둬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금까지 증권사나 보험사·신용카드회사 등은 일반지주회사에 편입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금융사와 비금융사를 아우르는 대기업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게 있습니다. 지주회사 제도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반드시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얘깁니다. 어떤 지배구조를 갖느냐는 기업의 선택일 따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주회사를 만들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기업 경영을 잘하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나쁜 지배구조도, 좋은 지배구조도 없습니다.

이상재 기자

◆도움말 및 도움 받은 곳=강철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 공정거위원회, 앨런 브링클리 『미국인의 역사』(비봉출판사), LG그룹, 이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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