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아직도 직원 출퇴근 시간 체크합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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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얼마 전 신문에서 직장인 2명 중 1명이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일주일에 1시간 이하로 쓴다는 기사를 읽었다. 또한 한국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고, 2007년 한국 스트레스학회의 연구결과 한국 직장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95%였다. 미국의 40%, 일본의 61%에 비교한다면 굉장히 높다.

주5일제라는 조직문화의 혁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직장인들은 본인을 위해 쓰는 시간은 적고 업무 스트레스는 많다. 문제가 무엇일까. 무쇠로 만든 기계라도 기름칠 없이 쉬지 않고 계속 돌린다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주5일제를 통해 여유를 보장받게 됐다면, 이제는 기계가 쌩쌩 잘 돌아가도록 기름칠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다.

경영자로서 내가 찾은 그 기름칠은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life balance)’, 즉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일은 오래 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일만 할 것 같은 대다수의 최고경영자(CEO)가 훌륭한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 원천은 휴식이나 자기 관리, 가족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 회사는 2008년부터 탄력 근무제, 즉 코어 타임(Core time)을 실시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해진 코어 타임만 지키고,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조정해 한 달 기준 160시간의 근무 시간을 준수하면 되는 제도다. 시행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직원들과 경영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본인 컨디션과 스케줄에 맞춘 최적의 상태에서 집중을 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이 개선됐으며, 일에 대한 집중력과 책임감은 더 높아졌다.

최근 한국 정부는 탄력근무제를 장려하고, 상당수 기업도 이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탄력근무제가 정착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이미 유럽 등에서 탄력근무제를 경험한 임원들이 솔선수범하는 자세였다. 여기에 직원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자율성과 동기 부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직장인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기업과 경영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군터 라인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