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활 쏘고 술 취하여 비틀거리며 걸어오니
석양에 사람 그림자 멀리 들쭉날쭉.
향촌에선 셈해 보아 획수 많은 걸 치기에
종이에 승전기 그려 높다랗게 쳐드노라.
싱싱한 갈치며 준치랑은 서울에서 가로막히고
시골집에는 가끔 새우젓 사려 소리만 들린다.
돈으로 팔지 말고 보리로 받으라고만 하니
어부들의 살림살이 걱정이라오.
- 정약용(1762~1836) '농촌의 여름날' 중
다산의 나이 이미 70세 때의 작품. 노년의 눈에 비친 시골 풍경이 천진스럽고 또한 자미(滋味)스럽다.
경강(京江)에서 온 장삿배가 새우젓 장수를 떨어뜨려 놓고 갔던 모양. 적막에 겹던 여름날 강촌 마을이 "새우젓 사려" 소리로 한바탕 시끄러웠을 듯.
이시영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