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상습침수 한탄강 유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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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일 오후 7시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 한탄강유원지. 도로와 주차장을 이틀째 침수시킨 황톳빛 강물이 막 빠져 나간 자리에는 토사가 쌓여 있다.

폭우를 피해 옥상에 옮겨 놓았던 이불.옷가지.냉장고 등 세간과 식탁.의자 등 음식점 집기를 정리하고 있는 주민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대부분 집을 겸한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들은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마다 되풀이 되는 물난리에 이제는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 며 "이주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 입을 모았다.

1996년과 99년, 지난해 등 최근 5년새 세 차례의 대형 침수피해를 당했던 한탄강유원지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유원지 일부가 또다시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홍수 위험수위(10m)보다 50㎝나 낮은 곳에 상가가 들어서 있어 해마다 물난리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 양종홍(梁宗弘.59)씨는 "96년 55개 동의 주택.음식점이 지붕까지 침수된 후 연천군이 불과 2.4m만 흙을 돋운 상태에서 건축허가를 내준 것은 잘못" 이라고 지적했다.

梁씨는 또 "군은 93년 한탄강유원지 종합조성계획 수립시 14m 높이에다 상가지역을 조성하고 아래쪽은 녹지로 활용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며 "군이 이런 계획만 실천했더라면 잇따른 침수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연천군이 지난해 12월 펴낸 수해백서에도 드러났다. 백서는 '한탄강유원지의 상습침수 피해는 96년 수해 후 낮은 복토에 건물을 신축했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지자체가 나서 인근 고지대로 집단 이주시켜 주거나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연천군은 "집단 이주 땐 군 1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5백억~6백억원이 소요돼 재정형편상 자체적으로는 추진할 수 없는 일" 이라고 밝혔다.

군은 "그러나 건물주와 토지주가 모두 찬성할 경우 중앙정부에 예산지원을 요청해 집단이주대책 마련에 나서겠다" 고 덧붙였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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