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당직자들 요즘 왜 이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일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주요 당직자들이 요즘 왜 이러느냐" 며 언짢아했다고 한다.

휴가 마지막날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한 당직자에게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다.

그러면서 李총재는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 주요 정책과 전교조 등을 겨냥해 '사회주의적' 이라고 말한 金의장의 발언이 "지나쳤다" 는 지적이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고위 당직자들의 돌출발언으로 당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게 당의 분석" 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李在五)총무의 '대통령 탄핵론' 도 金의장의 '사회주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당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 고 전했다. 李총재가 휴가 중 생각을 정리한 것들 중엔 고위 당직자들의 언행을 어떻게 적절한 수준에서 조율하느냐는 점도 포함돼 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총재실은 "당내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오류에 대해 총재가 적극적인 치유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고 건의했다고 한다.

"정쟁(政爭)의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은 일관되고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할 수 있도록 주요 당직자와 특위 책임자가 사전검토를 해야 한다" 는 건의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사안에 대해 당직자들이 개인의 견해를 함부로 밝히지 말고 당직자 회의 등의 조정과정을 거치도록 한다는 것이다.

총재실은 또 당직자들의 총재에 대한 사전보고 시스템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李총무가 李총재와 전혀 상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탄핵론을 제기, 곤경에 처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런 총재실의 움직임에 대해 지나친 李총재 집중형 당운영 방식이라며 일부 당직자나 당내 비주류가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