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통신] 분당은 MTB족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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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누가 처음부터 산에 가나요? 우선 동네 풀밭에서 시작하는 거죠. "

신도시 분당은 '자전거 천국' 이다. 분당을 가로지르는 탄천을 따라 12㎞에 달하는 자전거도로가 있고 중앙공원과 율동공원도 자전거 타기에 그만이다.

'구장(球場)' 이 뛰어나니 자전거 매니어도 유난히 많다. 이들은 대부분 'MTB(Mountain Bike.산악자전거)족' 이라 불린다.

헬멧은 기본이고 스판형 반바지에 장갑을 낀 모습이 이채롭다. 튼튼하게 생긴 산악자전거는 소형차 한 대 값이다. 일반인은 다소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당 MTB클럽' 을 운영하는 이종렬(李鍾烈.42.분당구 정자동)씨는 산악자전거에 입문하는 문턱은 아주 낮다고 말했다.

李씨는 "수영을 배울 때 처음부터 바다로 가지는 않는 것처럼 동네 뒷산 약수터부터 다니다 보면 어느새 자전거를 타고 산에 오르게 된다" 고 강조했다. 석달 가량 지나면 초보자 딱지를 떼고 1년쯤 뒤엔 산행이 가능하다는 것.

초보자가 6백만~7백만원대에 이르는 산악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은 오히려 금물이다. 자신의 몸무게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면 된다. 초보자용 산악자전거는 14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MTB족의 나이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MTB클럽 회원 이민성(李敏成.14.분당구 장안중 2)군은 "자신의 체력에 맞춰 운동량을 조절할 수 있어 좋다" 며 클럽 회원들이 초보자 페이스에 맞추기 때문에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산악자전거 경력 6년째인 한수현(58.공무원.정자동)씨는 바지를 올려 보이며 "산악자전거를 시작하고 30년 고질인 무릎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고 자랑했다.

산악자전거의 매력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MTB클럽 회원들은 "봄에는 산에 진동하는 풀내음, 여름에는 나무그늘로 연결되는 산행, 가을에는 타이어 아래 바스락거리는 가랑잎이 그만이다" 라고 입을 모았다.

겨울에는 상급자의 경우 쇠가 박힌 스노타이어를 이용해 눈덮인 산길을 오른다는 것. 지난해 6월 MTB클럽 회원 4명이 산악자전거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기도 했다.

분당의 산악자전거 클럽은 모두 3개. 현재 총회원수는 1백50여명이며, 신규 가입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열려 있다.

주말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기존 회원들이 신규 회원을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산악자전거는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많이 넘어진다. 하산길에서 브레이크를 잡을 땐 엉덩이를 뒤로 빼라. 그래야 균형이 잡힌다" 는 등 초보자들은 보다 전문적인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분당에서 서울 여의도 시민공원까지 가기도 하고 가까운 탄천을 돌기도 한다.

분당은 가까운 거리에 야트막한 맹산(4백12m)과 불곡산(3백12m)이 있어 산악자전거를 타기엔 최적의 입지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주말마다 MTB족들이 분당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의는 분당MTB클럽(031-713-8181).한솔MTB클럽(031-712-6805).케빈MTB클럽(031-714-2566).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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