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종전기념일인 15일을 피해 다른 날에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하는 방안이 일본 정부.자민당 내에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15일 공식 참배' 를 고집하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일 "자민당의 간부가 고이즈미에게 전화를 걸어 참배일을 앞당기도록 조언했다" 고 보도했다. 참배일 변경 제안은 공식 참배란 색채가 옅어져 한국.중국의 반발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 총리도 총리 재직 당시인 1996년 7월 자신의 생일 때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후 "개인 자격" 이라고 강변해 한국.중국의 반발을 무마한 적이 있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일본 외무성 내에서도 하시모토의 예를 들어 생일 등 다른 날에 참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고 말했다.
중국은 일본측에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하면 중.일 관계는 1972년 국교정상화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무성은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중국은 주일 중국대사 소환, 문화교류 중단, 중국내 일본기업 활동 제한, 베이징의 주일 대사관 앞 항의시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야마사키 다쿠(山崎拓)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31일 우다웨이(武大偉)주일 중국대사를 만나 "총리에게 다시 한번 숙고를 촉구하겠다" 고 말했다.
우익언론인 산케이(産經)신문을 제외한 대부분 언론도 신사참배를 반대하고 있다.
도쿄(東京)신문이 지난달 31일 '신사참배는 무리' 라는 사설을 게재한 데 이어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일자에 '신사참배 재고' 를 촉구하는 사설을 실었다. 보수적인 요미우리 신문도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1일 "고이즈미는 숙고 후 참배를 단행할 것" 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는 또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참고하겠다" 고 말했으나 참배 후 해결책을 찾겠다는 기존 생각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오대영 특파원